국제 국제일반

[미국 새 연준의장 옐런] Q&A로 본 정책 방향



Q. 양적완화 시간표는
버냉키 뺨치는 비둘기파…당분간 유지 가능성

Q. 적극적 경기부양론자인가
물가보다 고용정책 우선


Q. 첫 여성 의장 과제는
충격 최소화 하는 출구전략

Q. 연준 리더십 발휘할까
매파 대거 입성에 갈등 우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부의장의 9일(현지시간) 연준 의장 지명이 예정되면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와 국가 디폴트 위기에 숨죽이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옐런의 지명으로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줄어들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연준의 양적완화가 사상 초유의 실험이었듯 옐런 차기 의장도 출구전략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통과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옐런 차기 의장의 정책 방향과 과제를 질의응답으로 풀어본다.

Q. 포스트 버냉키 시대의 양적완화 시간표는.

A.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급락했지만 9일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옐런 차기 의장이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실제 옐런 차기 의장은 물가보다는 고용문제에 더 중심을 두고 연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특히 지난 1995년에는 "실업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상충될 때는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가도 옐런 차기 의장이 2010년부터 벤 버냉키 의장과 함께 공격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도입한 만큼 현행 금융ㆍ통화 정책 시간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 월 850억달러 규모인 채권매입 규모를 올해 안으로 줄인 뒤 내년 중순쯤 이 프로그램을 끝내고 오는 2015년 말에나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시드니에 위치한 웨스트팩의 숀 칼로 선임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옐런에 환호하고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 10월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Q. 옐런은 적극적 경기부양론자인가.

A. 옐런 차기 의장은 단순한 경기부양론자가 아니라 정확한 경제 분석에 기반해 정책을 내놓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행적만 놓고 분석할 경우 버냉키 의장보다도 더 비둘기파라는 게 중론이다. 오캠파이낸셜그룹이 올 3월 이후 연설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옐런의 통화정책은 버냉키 의장과 의견 차이가 거의 없지만 긴축정책을 펴는 데 더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올 1월 미국 최대 단일노조 산별노조총연맹(AFL-CIO) 연설에서도 "장기 실업은 근로자와 가족들의 삶을 파괴시킨다"며 연준의 최우선 정책목표는 실업문제 해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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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연준이 올 9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현행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했을 때보다 주변 환경이 더 악화돼 있다. 미 정치권의 치킨게임으로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락웰글로벌캐피탈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 이노코미스트는 "연준이 올 12월에 양적완화 규모를 소폭 축소할 것"이라면서도 "셧다운이 경제에 미칠 충격이 더 커지면 내년 1ㆍ4분기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Q. 첫 여성 연준 의장 앞에는 가시밭길.

A. 역시 출구전략이 최대 과제다. 옐런은 임기 중에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제로 금리 역시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연준 시간표대로라면 2015년에는 연준의 자산 매입규모는 최대 5조달러로 늘어나면서 자산 버블 등의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자칫 앨런 그런스펀 전 연준 의장과 마찬가지로 '버블 조장자'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이 지지부진한 경기 회복세에도 자신의 임기 중에 출구전략을 시행하겠다는 것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불리 양적완화 축소에 나섰다가는 미 경제가 직격탄을 가능성이 높다. 또 전대미문의 규모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는데도 고용 등 경기는 그다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옐런 차기 의장의 딜레마다. 더구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기를 잡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로이터는 "인플레이션은 낮은데 고용시장이 개선될 경우 연준은 정책 결정의 난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반면 물가가 정책목표인 2.5%에 접근할 경우 높은 실업률에도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도 일단 2015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올려야 한다.

Q. 연준 장악, 시장 소통 능력은.

A. 비둘기파와 매파로 나눠져 중구난방의 개성을 과시하고 있는 FOMC 의원들을 장악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연준 내부인물들의 평가를 인용해 "버냉키 의장이 절제된 스타일인 반면 옐런 차기 의장은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양적완화를 지나치게 고집하는 바람에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옐런의 강력한 결단력이 오히려 연준 내 분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FOMC에 매파 성향이 인사가 대거 입성하면서 옐런 차기 의장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옐런 차기 의장은 과거 중앙은행의 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등 시장과 소통을 강조해왔다. 그는 올 4월에도 "통화정책의 효과는 중앙은행이 내놓는 메시지를 시장이 신뢰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9월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면서 시장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9월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연준이 스스로의 신뢰도는 물론 경제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연방정부는 의회와 예산안 싸움에 매몰돼 경기부양에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중앙은행만 재무부 국채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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