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희망을 말하다] 동양석판 조남중 사장

"철강 이외 신성장동력 찾는데 주력" <br>금융·서비스등 새 사업분야 모색…사명변경도 검토<br>50년동안 매달려온 석도강판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


"지난 50년 동안 내실경영에만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경영패턴을 달리해서 공격경영에 나설 것입니다. 앞으로 1~2년은 '100년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석도강판 한 우물만을 파며 국내 시장의 확고한 1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동양석판의 조남중(64ㆍ사진) 사장의 머리 속은 요즘 '100년 동양석판'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오는 7월 창립 50주년을 맞는 동양석판이 그동안의 고집스러운 '한 우물 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침체로 인수합병(M&A) 매물이 늘어날 향후 1~2년간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조 사장의 이 같은 위기의식과 달리 동양석판은 불황기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등 거침없는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 동양석판은 지난 60년대 통조림 캔의 원자재인 '주석도금강판' 국산화의 주역이자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1위 업체이다. 뿐만 아니라 62년 석도강판 양산을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연속 흑자행진 기록을 세워 온 우리나라 대표 중견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입어 사상 최대규모인 4,076억원의 매출과 51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독자기술로 만든 한국형 석도강판을 시장에 뿌리내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에 50년 동안 매달려 온 결실이다. 게다가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부각된 실용적인 생활패턴이 고환율과 맞물리면서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캔 판매가 급증, 해외 매출이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조 사장은 "내실을 중시하는 창업주의 의지에 따라 한 우물을 판 결과, 50년 업력에 비해 외형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다양한 신제품과 신공정 개발을 통해 철강 관련 종합표면처리 전문기업으로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달성해 왔다"며 "앞으로도 석도강판 시장을 이끌어가는 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변화에 대응한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기술연구소가 기술개발을 완료한 '라미네이트 강판'은 주석도금강판에 라미네이팅 처리를 한 차세대 친환경 금속포장재로, 시험단계를 거쳐 조만간 국내 통조림용 식품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시 독자기술로 개발한 '열처리 니켈도금강판'은 2차 전지용 외피 및 노트북 배터리용 부품으로 적용이 가능해져 지금까지 식품포장재에 집중됐던 시장을 정보기술(IT) 및 전자소재 부품시장까지 넓힐 수 있게 됐다. 동양석판은 올해도 글로벌 시장 공략 및 신제품 효과를 통해 적어도 작년 이상의 매출을 기약하고 있다. 하지만 창립 50년이라는 분기점을 맞은 동양석판에게는 변화의 필요성 또한 절실하다. 조 사장은 "석도강판이 안정된 품목이긴 하지만 소비자 기호 변화와 원자재 가격요인 때문에 알미늄, 종이 등 대체제품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창업주인 손열호 명예회장의 의지에 따라 지금까지 석도강판 한 분야에서 내실을 다져 왔지만, 그만큼 성장기회는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 60~70년대에 동양석판이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기업들이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조 사장은 "석도강판으로 50년 역사를 쌓았다면, 이제는 수익성이 높고 시장이 넓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해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할 것"이라며 "5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회사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50년간 지켜 온 사명 변경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은 금융이나 서비스까지 검토대상에 거론되는 등 철강과는 아예 다른 분야를 꿈꾸고 있다. 조 사장은 "신사업 진출을 계기로 외형성장에 박차를 가해 10년 뒤인 2020년에는 매출 1조~1조5,000억원 정도의 회사로 키워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너 경영인이 아닌 그가 이처럼 회사의 미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그가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CEO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양석판은 대학 졸업장을 받기도 전인 197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6년간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 온 그의 인생이 녹아있는 곳이다. 오래전부터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그의 습관도 계속되고 있다. 출근이 조금 늦어졌다는 요즘도 운동을 마치고 조 대표가 사무실로 들어서는 시간은 아침 7시. 그보다 빨리 아침을 여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다. 조 대표는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직원이 행복한 회사'라는 모토가 동양석판의 직원을 붙잡아 두고 오늘날의 동양석판을 있게 한 힘"이라며 "이 같은 강점이 다음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양석판은… 주석도금강판 국산화 주역… 美·中등 해외시장 개척도 동양석판은 국내 철강산업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1959년 설립돼 창업 3년 만인 62년 국내 최초로 주석도금강판 양산에 성공한 석도강판 국산화의 주역이자, 국내 철강산업 50년의 산 증인이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주석도금강판 등 10여개에 달하는 금속표면처리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현재 국내 석도강판 시장의 40%를 차지할 만큼 명실상부한 석도강판의 1인자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2년 순수 국내기술로 태국에 12만톤 규모의 석도강판 플랜트 수출에 성공한 이후 미국과 중국 등으로 활발한 플랜트 수주사업을 펼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의 선도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창업주인 손열호 명예회장의 의지에 따라 석도강판 한 우물만 파온 동양석판은 제품 양산이래 48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며 탄탄한 내실을 다져왔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동양석판은 다음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100년 영속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목표로 '매출 1조원'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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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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