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라이프/머니] 컨텐츠도 '돈버는 사업' 변신중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전자상거래를 꿈꾼다. 사이트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최종 목표는 전자상거래다. 다양한 컨텐츠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슬며시 상품을 팔겠다는 것. 떠돌이 약장수의 수법과도 비슷하다.그러나 떠돌이 약장수의 경쟁력은 약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재주에 있다. 문제는 그 재주를 돈주고 보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그래서 약장수는 오늘도 약만 팔 수 밖에 없다. 이 약장수와 비슷한 고민을 인터넷 사업자들도 하고 있다. 특히 컨텐츠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그렇다. 사실 인터넷 사이트들은 그 자체가 컨텐츠 덩어리다. 오락·스포츠·법률 등 특정한 주제를 담고 있는 사이트들은 그 컨텐츠를 만들어내는데만도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광고수입에 기대어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 몇몇 업체들이 컨텐츠 유료화를 선언하고 나서긴 했지만 성공한 업체는 많지 않다. 컨텐츠 유료화를 위한 인터넷 업체들의 첫번째 반란은 지난 97년.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네오넷(WWW.NEONET.CO.KR), 해외의 고급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와이즈디베이스(HOME.WISEDB.CO.KR), 영어 학습 전문 사이트를 선언한 네오퀘스트(WWW.NEOQST.COM)가 그들이었다. 결과는 반란군의 완패. 네오넷 만이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을 뿐, 네오퀘스트는 두 달 만에 유료회원제를 폐지했다. 와이즈디베이스도 컨설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네오퀘스트의 최완규 씨는 『가입비가 3,000원에 불과했지만 가입비가 비싸서라기 보다는 은행가기가 귀찮아서 가입을 미룬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지불방법에 대한 인프라 부족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컨텐츠 업체들은 또 한번의 반란을 준비중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지불 관련 인프라가 착실히 구축되고 있다. 최근 이코인·애니카드·아이민트 등 정액카드식 사이버 머니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것이 그 예. 경품이나 마일리지 보너스도 사이버 머니로 지급하는 업체들이 많아져 2년 전만 해도 빈 손으로 돌아다니던 네티즌들의 주머니가 제법 불룩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이 신용카드 지불 방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도 컨텐츠 업체들에는 큰 힘이다. 무엇보다도 반란의 성공을 점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은 컨텐츠 수요처가 몰라보게 늘었다는 것. 가장 큰 변화는 이동통신의 발달이다. 같은 내용의 컨텐츠라도 휴대폰 화면에 뜨는 정보는 월 2,000원 정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처음부터 유료정보 제도를 도입한 결과다. 연예정보를 제공하는 백기획은 최근 SK상사와 컨텐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011 휴대폰 회원에게 연예가 정보를 제공하고 이익을 1:1로 배분하는 내용이다. 백기획 측은 전체 회원의 20% 정도만 연예 정보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수익이 무려 2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데이터 통신이 활성화되고 IMT-2000이 자리잡으면 컨텐츠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포털 사이트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컨텐츠 업계로서는 좋은 기회다. 대형 포털들이 컨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우수 IP 들을 앞다퉈 모셔가고 있기 때문. 오락 컨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아이팝콘은 라이코스·하이텔 등 대형업체들과 잇따라 제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상전」의 입장으로 포털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컨텐츠 유료화의 분위기는 서서히 잡혀가고 있는 중이다. 약장수의 서글픈 연기가 서커스 무대로 옮겨져 빛을 발하는 날 관객들도 더 즐거운 묘기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기자MALLI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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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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