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람둥이 프리먼 철들이기

새영화 '어바웃 어 보이'부모가 물려준 유산으로 백수생활을 하는 미혼남 윌 프리먼(휴 그랜트)은 결혼은 자유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와 즐기는 것 그 이상은 생각지 않는 그는 여자들이 결혼하자고 다가오면 온갖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같이 여자들을 따돌린다. 어느날 어떻게하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궁리하던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야말로 자신의 조건에 딱 부합되는 상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남자에게 적당히 굶주려 있지만, 결혼을 강요하지 않고 이별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자를 낚기 위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모임'에 참가하게 된 윌은 그곳에서 12살짜리 왕따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호울트)를 만나게 되고 외롭고 소극적인 마커스에게 마치 아빠와 같은 책임감으로 '멋진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마커스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점차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천방지축인 10대들의 성담론을 유쾌하게 그린 '아메리칸 파이'를 공동으로 감독하였던 폴 웨이츠와 크리스 웨이츠 형제가 다시 손잡고 연출한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지만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고립된 삶을 즐겨 인간적인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플레이보이'윌. 그의 취미는 오직 신형 TV와 DVD 등 가전제품을 고르는 일이다. 그리고 넓은 아파트에서 혼자 '백만장자 퀴즈'를 보면서 답을 맞추는 일이다. 그는 "인간은 모두 섬이다"면서 혼자 개척해 낙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12살의 조숙한 '보이'마커스는 미혼모인 엄마의 우울증을 달래야 하고, 엄마가 권유하는 집시 풍의 옷을 입고 흘러간 노래를 부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외로운 신세다. 엄마 친구 때문에 윌을 알게 된 마커스는 학교 끝난 뒤 그의 집을 매일 드나들면서 서로를 알게된다. 윌은 어느날 마커스에게 학생들이 좋아하는 패션운동화를 사준다. 그때 그는 "60파운드 신발 사면서 이렇게 뿌듯함을 못보기는 처음이다"고 한다. 이때 마커스는 "인간은 섬이 아니예요. 인간과 섞여 살아야 해요"한다. 이 영화는 이들이 가족과 사랑에 대한 진실된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 잘 그려진 코믹드라마다. 유머와 함께 가슴 뭉클한 영화로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 것으로 권한다. 특히 바람둥이에다 백수로 자유롭게 살아가며 여자들을 찔러대는 '보이'역의 휴 그랜트의 또 다른 깊이 있는 연기를 만날 수 있다. 23일 개봉. 박연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