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공사 원가부담 20∼30% 늘어/발주 연기·취소 잇달아/달러화계약 적어 손실 가중태국에서 야기된 통화위기가 동남아 각국으로 급속하게 번지면서 제2의 중동 건설붐을 바라고 동남아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 통화폭락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주조건이 크게 악화된데다 물가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났으며 발주물량도 줄어들고 있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일 건설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중국 제외)에서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싱가포르등 동남아 4개국에서의 수주액은 66억4천7백만달러다.
태국의 경우 국내 건설업체들이 바트화로 공사 계약을 체결한 금액은 5억5천5백만달러로 전체 공사액의 56.1%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공사도 현지 통화 계약비중이 비슷한 수준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태국에서 공사를 수행중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LG건설, 선경건설 등의 4억달러가 넘는 공사 중 절반 이상이 바트화로 계약돼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태국 공사 수주액 4억5천만달러 중 3억9천만달러 규모를 바트화로 계약, 현지 화폐 결제 비중이 87%에 달한다. 삼성측은 이중 바트화 폭락의 영향을 받는 금액은 1억5천만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남아 화폐가치 하락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입는 유·무형의 손실은 막대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 공사를 대부분 턴키 방식으로 수주,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달러화로 자금을 차입해 현지화로 바꿔 공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동남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앉아서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통화폭락은 또 인건비와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건설업체들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킨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주요 건설원자재인 시멘트와 철근 가격이 연초에 비해 20∼30% 이상 올랐고 인건비도 건설업체들의 예상 인상 폭보다 10%포인트나 더 올랐다.<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