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돈줄 졸라맸더니… 경기하강 부메랑 맞나

정부 SOC등 지출 억제에 기업 돈있어도 투자 꺼려<br>산업생산·건설·설비 투자 3개월만에 동반 하락세<br>기업 투자·생산 제고위해 민간 규제완화 속도내야


기업의 투자ㆍ생산 감소로 경제가 활력을 잃는 경기하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생산과 설비ㆍ건설투자가 전월 대비 3개월 만에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계절적 특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과 재정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지출을 억제하는 가운데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민간기업들마저 세계경제의 변동성을 이유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위기를 빌미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심정으로 돈줄을 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자칫 경기 둔화 차원을 넘어 경기 하강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4월 전월 대비 1.3% 감소한 후 5~6월 각각 1.8%, 2.0% 늘었다가 7월 들어 다시 2.4% 떨어졌다. 이는 주로 공공행정과 건설업의 생산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건설투자 부문의 경우 건설기성(불변)이 7월 15.1%(전월 대비) 감소했다. 공공행정 부문의 생산성 역시 7월 들어선 전월 대비 21.9%나 감소했다. 이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대한 지출을 졸라맨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체들이 신규 주택사업 등을 미루는 것 역시 건설 부문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보다 큰 문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설비투자가 시원치 않다는 것. 7월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월이나 전월과 비교했을 때 모두 석달 만에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는 4월 5.4% 감소한 이래 두 달 연속 증가했으나 7월에 다시 5.6%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월 0.6% 떨어진 이후 상승하다가 7월에 2.7% 떨어졌다. 특히 기계류의 경우 전월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7월 들어 -7.6%를 기록하며 2월(-8.9%)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계 수주 실적을 봐도 민간ㆍ공공 부문에서 모두 발주가 부진하면서 7월 실적이 6월보다 16.3%나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시중에 유동성도 많고 기업이 투자할 여력은 충분하지만 경기 전망이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증가 추세며 내수와 수출 지표 역시 양호하다는 것. 광공업 생산의 경우 7월 0.4% 감소했지만 이는 여름철 집중 호우와 같은 계절적 요인과 화장품 업계의 공장설비 이전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일 따름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상황 판단은 다르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수출 전망을 낙관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가 둔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소비판매의 경우 7월 들어 전월 대비 5.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판매가 각각 4.3%와 0.6% 감소한 점은 악재로 꼽힌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지출을 적극적으로 풀기 어렵다면 기업들의 투자ㆍ생산을 제고할 수 있는 민간 부문 규제완화에 보다 속도를 내는 것을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기업들이 9월부터 이듬해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한층 서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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