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슈퍼달러·초엔저시대, 전문가에게 묻다] "일본발 역J커브 초입단계… 내년 말 무역적자 가능성"

"대외환경 외환위기때와 유사"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경고

"최경환號 수요진작 대신 공급확대로 눈돌려야"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대외경제 환경이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엔 환율이 지금 같은 추세로 하락하고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내년 말께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에 큰 충격파가 몰려올 수 있습니다."

김정식(사진) 한국경제학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이미 위기 초입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며 출구전략에 나선 것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 맞물린 데 따른 후폭풍이 아직은 잠잠하더라도 머지않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김 학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자본시장에서 해외자본의 일부가 유출되는 데 그치겠지만 일본이 추가로 돈을 풀기로 해 엔화가치가 급락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학회장은 "아베노믹스가 가동되면서 엔저 현상이 이미 시작됐음에도 아직 원·엔 환율 하락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역J커브 현상 때문"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원·엔 환율 하락세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이어지면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결국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내년 말 미국의 금리인상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무역수지 악화가 해외자본의 급격한 이탈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학회장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은 1995년과 2000년·2005년 총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 중 두 번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충격(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때는 공교롭게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의 메커니즘을 보면 엔화 약세로 무역수지가 먼저 악화돼 보유외환이 줄고 뒤이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이 뒤따른다"며 "현재 대외경제 환경을 보면 이와 유사한 흐름이 이미 전개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특히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데다 우리 경제와 상관관계가 큰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좋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그나마 당시에는 경제성장률이라도 높은 수준이었다"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충격과 중국의 경기둔화에서 보듯이 대내외 여건이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학회장은 과거와 같은 위기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환율관리에 본격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엔화가치 하락속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에 준하는 원화가치 절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엔화와 달리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환당국이 미국 측의 양해를 구해서라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기대응 처방도 내렸다. 급격한 경상수지 적자 전환을 막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늘려 자본수지를 적자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시 말해 해외투자 확대→자본수지 적자→경상수지 흑자 감소→원화 약세 유도→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의 거시안정책을 동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종의 고육지계인 셈이다.

그는 "경제위기는 경상수지가 급격히 변화하는 데 따라 나타나는 측면이 크다"면서 "더 큰 위기를 막으려면 해외투자를 늘려 자연스럽게 원화 약세를 유도해야 하며 이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는 당국의 운신폭을 넓혀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부양에 초점을 맞춘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학회장은 "오는 2017년이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 국면으로 접어드는 등 이미 구조적으로 내수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든 상황이 도래했다"면서 "국내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대외경제를 고려하면 수출과 기업투자 등 공급 측면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