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근로자의 애환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함바집'이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함바집 운영 방식과 실상, 이권 규모, 비리의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쉬쉬했을 뿐 모두 알고 있는 함바집 비리 실태가 일부 드러난 것 뿐"이라며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건설업계 뒷돈 거래가 새삼스러울 것 없는 관행이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함바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싼 뒷돈을 주고도 몇 년이면 로비 비용은 물론 수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다는 식당 업주들의 욕심과 관행적인 로비에 눈만 감아주면 손쉽게 검은 돈을 챙길 수 있다는 일부 건설사 및 고위 관료의 파렴치한 생각이 맞아 떨어져 이 같은 비리가 자라났다"고 지적했다. ◇커미션만 수억원 황금알 낳는 장사=건설 현장 식당을 뜻하는 함바집은 현장 인부를 상대로 독점적인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일단 운영권만 따내면 현장 인부 수에 따라 확실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는 함바집 운영권이 대표적인 이권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업계에서는 2~3년이면 로비 비용을 제하고도 10억원 정도는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놓기만 하면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통하기 때문에 함바집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식당 업주들은 인맥과 로비를 총동원한다. 주로 건설사 현장소장에게 줄을 대거나 건설회사 사장에게 직접 로비를 하기도 한다. 중견 건설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설현장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커미션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함바집 운영실태 '쉬쉬'=현재 주요 건설사의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함바집 수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몇 년 전부터 함바집 운영 비리 문제를 파악하고 별도 법인을 세우거나 함바식당 운영 업체를 등록하고 공개입찰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 건설사들은 아직도 대부분 현장소장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본사가 직접 선정, 관리하거나 따로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 함바식당 운영업체들이 난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함바집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한화건설의 경우도 현장소장이 함바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위권 대형 건설사를 기준으로 수백개 현장에서 함바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업체까지 포함하면 함바집은 전국에 수천개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바집 비리가 증폭되자 S사ㆍH사 등 일부 제발 저린 건설사들은 함바집 운영 방식에 대해 외부 공개 자체를 꺼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비리의 온상이 된 함바집 운영 실태가 공개될 경우 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업주와 건설사 고위층 등 이해 맞아 떨어져 비리 증폭=함바집 비리가 건설 현장에서 만연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로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이 꼽힌다. 함바집은 인부 식사 비용은 물론 관례적인 로비 웃돈이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각종 비자금 등 검은 돈의 온상이 될 수 있었고 경찰의 전∙현직 고위층과 대형 건설사 사장까지 비리사슬에 얽매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도 지난해 10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처음에는 단순건설현장 비리로 사건 수사를 출발했지만 수사 과정 중 경찰의 고위직이 연루된 사실을 알고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의혹이 불거진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포함해 국회의원 등 정치권까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구속한 함바집 운영업자 유모(64)씨 진술을 바탕으로 공기업 임원,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들의 연루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유모씨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기 위해 10여개 중대형 건설사 사장ㆍ임원에게 로비를 시도했으며 로비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위 경찰 인맥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이모 한화건설 사장은 지난해 12월17일 배임수재혐의 로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