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조흥銀 마지막 창립기념식 시종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

일부 임직원 눈시울 적시기도

조흥은행이 17일 서울 강남 별관에서 창립 109주년 기념식을 갖고 있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차분하게 기념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대목대목에선 목소리를 높여 고별의 아쉬움을 애써 감추려는 속마음이 읽혀졌다. 그는 “아직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표면적으로 조흥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존속법인은 유지되는 만큼 조흥은행의 위상은 통합은행이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며 직원들을 달랬다. 17일 서울 강남별관에서 열린 조흥은행의 창립기념식은 축제의 자리이어야 했다. 부실은행으로 낙인찍혀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아야 했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7,565억원)을 냈다. 하지만 한국 금융계의 맏형 역할을 해온 조흥은행은 이날 고별의 기념식을 가져야 했다. 1897년 2월 19일 한성은행으로 출발,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한국 최고(最古)의 은행은 오는 4월 1일부로 신한은행으로 통합돼 간판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시간 전인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시종 엄숙하고 차분하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 행장은 “조흥은행은 창립 이후 3세기에 걸친 세월동안 우리나라 근대경제사와 호흡을 같이 해왔다”며 “금융분야에서 자주적 근대화의 기수로서 경제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 왔고, 한국 금융사에 영원히 기억될 숱한 발자취를 남겨왔다”면서 은행 역사를 강조했다. 의식적으로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례, 약사(略史)보고, 은행장 축사, 근속사원 등 표창, 행가제창, 다과회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5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해 우울한 분위기는 감추지 못했다. 최행장은 “1917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지에 의해 뽑힌 미국의 100대 기업 가운데 70년 후까지 자리를 지킨 기업은 18개에 불과했다”며 “성공은 커녕 생존하는 자체도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런 의미에서 창립 109주년을 맞이한 조흥가족의 한 사람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간부는 이 대목에서 코끝이 찡긋하고 눈물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창립일은 원래 2월19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이어서 이틀 앞당겨 행사가 진행됐다. 한편 조흥은행 임직원들은 오는 4월1일 신한은행과의 통합일에 또다시 창립기념식을 치르게 된다. 통합 은행의 존속법인이 조흥은행으로 정해졌지만 합병은행의 창립기념일을 합병등기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오는 7월7일 24주년 창립기념식 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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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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