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C제일은행 임원 대상 대규모 희망퇴직

일각 "총파업 징계성" 주장


제일은행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5대 은행에 들었다. 은행 순위를 말하는'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대기업 대출이 많았던 게 화근이었다. 2000년 미국 뉴브리지캐피탈에 팔렸다가 2005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올 들어서는 노조 총파업으로 흔들리더니 대규모 임원 희망퇴직 방침까지 전격적으로 꺼냈다. 희망퇴직 자체가 SC로 인수된 후 처음이고 국내 은행 전체로도 임원의 대규모 퇴직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가에서는 자연스럽게 SC의 경영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리처드 힐 SC제일은행 행장은 6일 관리자 회의를 소집해 "변화에 따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상무 이상 임원급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임직원은 150여명이었고 명예퇴직 대상은 90여명이었다. 명예퇴직 신청기간은 오는 21일까지인데 겉으로는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의 강제퇴직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총파업에 따른 징계성 명예퇴직이라는 것이다. 임원들이 7월부터 약 2달간 있었던 노동조합의 총파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각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반 직원이 아닌 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임원은 계약직이어서 굳이 희망퇴직을 하지 않더라도 내보낼 수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계에서는 SC제일은행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돌았다. 최근에는 은행명인 SC제일에서 '제일'을 뺄 것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임원을 명퇴시킨다는 것은 경영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뜻"이라며 "매각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SC 본사 이사회에서 한국 법인에 들어간 돈에 비해 수익력이 낮다는 지적이 최근 나온 것으로 안다"며 "이와 관련한 움직임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총자산수익률(ROA)은 0.47% 수준으로 전년의 0.63%보다 하락했다. SC제일은행 측은 이에 대해 "총파업의 도화선이 된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임원들이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일반직원 대상 대규모 희망퇴직이나 매각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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