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입양아로 성장하면서) 한국을 제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밀어내려 한 적이 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지나간 시간과 화해할 생각입니다." 지난 9월 한국계 첫 프랑스 상원의원에 당선된 장뱅상 플라세(한국이름 권오복ㆍ43ㆍ사진)는 27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모국은 내게 조금 어렵고 복잡한 감정이 들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 나에게 부모는 노르망디 지역에 계신 양부모님뿐"이라며 방한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지난해 상하이엑스포에 참가하기 앞서 제주도에 이틀간 머무른 데 이어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플라세 의원은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프랑스ㆍ한 의원친선협회에 가입했다"며 "이번 방한을 통해 상원의원으로서 한ㆍ프랑스 교류 협력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1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하고 녹색성장위원회ㆍ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관계자 등과 만날 계획이다. 프랑스 녹색당 사무부총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2012 여수엑스포의 친환경 테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여수엑스포는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환경은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미래에도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정치적 이념을 떠나 우리는 후손에게 지구를 온전한 상태로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플라세 의원은 기독교 계통 고아원에서 자라다 만 7세 때(1975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3남1녀를 둔 노르망디 지역 변호사이자 우익(드골파)인 양아버지와 그를 키우는 데 전념하기 위해 교사직을 포기한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행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하지만 대학 학생조합을 이끌며 지역 좌파 정치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고 1993년부터 8년간 급진좌파 계열 하원의원 보좌관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01년 녹색당에 합류, 단기간에 2인자인 사무부총장에 올라 녹색당 창설자인 다니엘 콩방디와 함께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의 대약진(정당 지지율 16%)을 이끌어냈다. 그는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지방의회 교통담당 부의장을 겸하다 에손 지역 녹색당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 지난달 25일 당선됐다. 상원은 하원과 함께 법률안 수정ㆍ제정과 조약 심의, 정부 감독기능을 수행하며 하원과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하원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임기는 6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