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사외이사 제도에 메스를 댄 이유는 그 동안 독립성 결여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도 개선을 통해 땅에 떨어진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위상과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사외이사 선임 자격의 강화다. 은행과 증권, 보험, 저축, 여전, 지주 등 금융회사를 퇴직한 임직원은 앞으로 3년 내 해당 회사나 계열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또 대상도 기존 상근임직원에서 비상임이사까지 확대된다. 다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자격요건을 법률상 명시하는 한편 이사회 내 사외이상 비중도 과반수로 늘렸다. 이외에 지배구조에 관한 자체 내부 규범 마련 의무화와 위험관리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보수 투명화,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렇게 될 경우 그 동안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진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그간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던 사외이사 제도가 차츰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간 내부 출신 사외이사 선임으로 금융회사들이 여러 비판에 직면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 2010년 임원간 경영권 분쟁으로 급기야 경영진이 사퇴하고 혼란이 장기화된 한 금융회사의 사례는 잘못된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기업가치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간 퇴직 임직원이 잇따라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사외이사제도 자체가 독립성이나 전문성, 투명성 등이 결여됐다는 지적은 받은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78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총 85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44명이 회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연결됐다. 또 이 중 131명은 학연관계로 묶인 상태였으며 75명은 과거 해당 기업이나 계열사에 임직원으로 재직한 바 있었다.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 마련된 금융회사의 지배주조에 관한 법률안보다 한층 강력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상황에서 사외이사제도가 다시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은 “사외이사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취약하다“며 “때문에 해당회사나 계열회사아 거래 등 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에 관한 냉각기간은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외이사의 연임기간은 9년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보다 실질적인 활동을 위해서 상법상 대규모 상장법인의 기준을 현행 자산 2조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위원회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 의무화로 이사회 감독기능은 강화됐으나 이에 따른 업무집행기관에 대한 입법조치가 없어 비(非)등기임원만 양산되고 있다”며 “경영감독기구인 이사회와 업무집행기관인 집행임원이 분리될 수 있도록 대규모 회사는 개정 상법에 도입된 집행임원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