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는 지금] 체첸 내전 명분 획득등 러시아 '입가리고 웃음'

미국-아프가니스탄간 전쟁은 러시아에게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실보다는 득이 많을 전망이다.석유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는 혜택을 입을 것이고 체첸에서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서방국가들, 특히 미국의 비난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높아지며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석유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의 무역수지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곳 언론은 전쟁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효과, 특히 러시아가 체첸에서 2년째 벌이고 있는 내전에 미칠 영향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가 경제만큼이나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체첸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했던 대외적 이유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들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그 참혹상이 알려지며 국내외로부터의 비난이 빗발쳤다. 정부군의 사상자가 늘어나며 국내의 불만이 높아졌고, 체첸 국민들의 인권상황이 악화되며 서방국가들의 비난도 거세졌다. 미국의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한 전쟁으로 러시아가 체첸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비난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국 도시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 수만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전쟁을 시작한 미국에 비하면, 자국 영토내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명분면에서 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체첸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고,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을 외교정책의 한 목표로 삼아 왔다. 아프가니스탄의 북쪽 국경 지역의 반군을 수년째 군사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이다. 따라서 미국이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리면 러시아의 한 정책 목표가 달성되는 셈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불안해질 수 있고, 이슬람교도가 다수 거주하는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이 장기간 주둔하면 이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도 러시아측의 우려 사항이다. 한편 9.11 테러 사건은 달러화된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불안정한 지를 드러낸 계기가 되고 있다. 환율이 급변하자 혼란에 빠진 개인들이 충동적인 외환거래를 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경제의 달러화는 하이퍼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통화위기의 결과로 나타난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부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준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통화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거나 충분한 외화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의 경우, 통화위기에 대한 대응은 국민 각자의 몫이 된다. 화폐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화폐를 실물자산으로 바꾸거나 안정적인 외국 화폐인 달러로 바꾸는 것이다. 소련의 붕괴 후 구소련 국가들에서는 달러화가 급속히 진전돼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등의 일상적인 거래조차도 달러로 이루어졌다. 90년대 후반들어서 환율이 다소 안정되면서 작은 규모의 거래는 다시 자국화폐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는 여전히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개인들은 대부분의 재산을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화폐의 주요기능을 달러가 맡고 있어 달러화와 자국화폐간의 환율이 개인들의 경제활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일부 경제학자들은 주장해 왔다. 그런데 미국의 테러사건이 생기고 러시아의 루불화 등이 잠시나마 폭등하자 달러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들은 서둘러서 달러를 루블화로 환전했고, 달러가치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을 때 큰 재산손실을 입었다. 테러사건 전 달러는 29 러시아루블 수준이었는데 테러사건 직후 그 절반 수준인 15루블까지 떨어졌다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달러와 자국화폐가 기형적으로 공존하는 달러화된 경제의 문제점이 심각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