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달러 초강세·엔저에 중기가 흔들린다

◎원가 오르고 수출은 줄고 “발 동동”/달러화 강세­곡물 등 원자재 수입비용 급증 사재기 따른 수급불균형 심각/바트화 등 폭락­7월이후 10%나 떨어져 수치제어기 수출 반이상 감소/엔저 지속­원저효과 상쇄로 완구 등 고전 유럽바이어들 단가인하 요구도/환차손 눈덩이­기업들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 “앉아서 수억손해” 피해 잇따라/업계대응책­수출입대금 원·엔화 지불 등 결제통화 분산 위험 줄여야최근 달러화의 초강세와 엔저, 그리고 동남아 통화위기 등 외환시장의 이상기류에 중소기업이 대응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8일 한때 사상 최고치인 9백9원을 기록한데 이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사재기, 기업들의 결제수요 증가, 일본계 자금의 결산대비 송금 등으로 환율오름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엔저도 중소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월초 달러에 대한 엔화의 환율은 1백20엔을 넘어섰다. 특히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지난 7월말 대비 7% 평가절하되었는데 엔화는 10% 가량이나 절하됐다. 우리의 수출상품이 대부분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엔화의 약세는 우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외환시장 급변과 관련한 국내 중소기업의 현황과 대책을 긴급점검한다.<편집자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 상승은 즉각 중소기업의 수입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즉 지난 95년말 7백70원이면 수입했던 원자재를 이제는 9백5원이나 주고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입원가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실제 원자재(곡물)의 95%를 해외에서 수입, 가공·생산하는 배합사료업계는 최근 달러 초강세가 곡물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관련, 올초 톤당 1백41달러에 거래됐던 옥수수 가격은 최근 1백56달러로 11%가 올랐다. 또한 미국산 콩깻묵 역시 지난 1월초 톤당 3백20달러였던 것이 현재는 22%나 높아진 3백90달러에 달하고 있다. 배합사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지난 상반기 7백69만톤을 생산해 업계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0.8%의 생산감소세를 보인 것도 바로 달러고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 상승은 필연적으로 달러의 수급불균형을 가져온다. 달러를 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전기업체인 K전기는 최근 한전으로부터 자동제어설비를 수주받았다. 이에따라 납품일인 이달 중순까지 10만달러어치의 센서부품을 수입해야 하는데 당장 결제용 달러화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K전기의 한 관계자는 『센서부품을 수입하게 되더라도 어차피 달러화로 결제하게 되는 만큼 환차손을 보게 돼있는데 그나마 달러화를 구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업계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 품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연필의 경우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가상승 요인이 매우 커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와 수출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엔화가 원화보다 더 크게 절하됨으로써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7% 정도 평가절하 됐지만 엔화는 무려 10%나 평가절하 됐다. 이같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절하속도가 엔화 환율의 절하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므로써 엔화대비 원화 환율조차 평가절상 폭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들어 지난 7월이후 이달 5일까지 엔화대비 원화환율은 3.4%나 절상됐다. 중국과 동남아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형업계는 지속적인 엔저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금형업계는 올들어 지난 1·4분기중 3년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 흑자폭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나 줄어들었다. 인천에 소재한 J사의 한 관계자는『상반기만 수출이 10% 가까이 줄어 들었는데 엔저 지속으로 하반기 역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작기계업계의 경우도 지난 7월말 현재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1.3% 줄어들었다. 이는 주력시장인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엔저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력외에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제품으로 인해 NC(수치제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이 50% 이상 떨어져 업계에 비상이 걸려있는 상태다. ○…엔저와 함께 또다른 복병으로 다가온 것이 바로 동남아 통화위기다. 동남아 통화위기, 즉 달러화에 대한 통화가치 폭락(평가절하)으로 인해 세계 주요수출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우리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올들어 지난 7월 1일 달러당 24.45에 거래되던 태국 바트화는 7월 2일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래 이번달 4일에는 무려 31.9%가 폭락한 35.85바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주변국 통화도 마찬가지여서 인도네시아의 루피화는 19.6%, 필리핀의 페소화는 19.0%,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는 15.4% 각각 폭락했다. 완구업계의 경우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하로 해외시장에서 10% 내외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는 등 반짝 경기를 맛본 상태지만, 최근 후발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의 통화가치 폭락에 따라 원화 평가절하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완구조합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통화위기로 경쟁력 회복의 호기를 놓쳤다』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업체인 D기업 역시 바트화, 페소화 등 동남아 통화의 가치폭락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 D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럽의 현지 바이어들은 원화하락에도 불구하고 바트화, 페소화 등의 하락폭이 너무 커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10% 이상의 수출단가 인하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율상승에 따라 가만히 앉아서 외채상환부담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환차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환차손은 수입시 외화로 결제할 것을 약속하고 외상매입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우와 외자조달시 발생하는데, 자국통화가 빌린 통화보다 약세를 보이게 되면 차이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도 위의 2가지 사례에서와 같이 환차손을 보고 있으며,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섬유업체인 T사는 대일 수출시 엔화로 결제를 받는 등 나름대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전개해 왔으나, 최근 중국·베트남·헝가리·베트남에서 우모(오리털) 원모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달러화 결제에 따른 환차손을 입고 있다. 컴퓨터주변기기 제조업체인 L사는 지난 3월 미국의 한 회사와 레귤레이터 3만개 등 전자부품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최근 결제를 하면서 개당 50원꼴의 환차손을 입었다. 월 평균 3백여종의 각종 전자부품을 수입해 쓰는 L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환차손 초입단계라 문제는 덜 하지만 앞으로 환차손의 폭이 커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D연필의 경우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중성펜 생산설비확충을 위해 기계설비 발주를 해 놓았으나 올들어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대금 결제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 수억원대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환차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거래시 원화결제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아직 원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받지 못받고 있어 원화를 통한 결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원화결제는 거래 상대방인 외국 수출업자와의 네고(협상)사항인 만큼 기업의 노력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본조달 및 수출입 결제시 달러화와 여타 통화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몇년간 원화 약세와 더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부채와 엔화 부채를 적절히 배분한 기업은 환차손을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은 달러를 주축통화로 삼는 경우가 많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입 결제시 거래상대방이 달러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할 때는 할 수 없지만,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채무자가 특정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가능하면 몇개의 통화로 분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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