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안정불구 변수 상존… 금값은 강세 전망전쟁은 자금이 금과 석유ㆍ채권 등 안정적 자산으로 몰리게 하는 동인이 된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서는 이 같은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예고된 공격이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이 관망적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원유ㆍ금 등 각 개별상품에 대한 중단기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가는 경기침체 우려로 급등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금값은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돼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유가, OPEC 행보가 관건
이번 공격이 국제유가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변 중동 산유국들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은데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져 있어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결정을 유보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유가 급등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OPEC의 주요 회원국들은 보복전이 시작될 경우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데다 유가 급등시 비(非)OPEC 국가인 러시아ㆍ노르웨이 등이 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될 경우 OPEC 회원국들의 시장입지가 약화될 수 있어 감산결정이 쉽지 않다는 게 국제 원유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라크와 이란 등 강경 이슬람권에서 이번 공격을 비난하고 나서 전쟁이 장기화되면 의외의 파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을 포함한 OPEC가 유가와 관련한 입장을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유가는 상당히 상이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에너지경제연구원은 8일 미국의 보복공격이 국지전에 그친다면 유가는 연말까지 배럴당 20~23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최악의 경우 회교권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배럴당 최고 30달러 이상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금값 강세전망 우세
국제 금값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은 원유와는 달리 상품성보다는 금융투자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9ㆍ11 미 테러 대참사 직후 유가는 잠시 급등세를 보였다가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한 반면 금값은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
테러 사태의 여파로 미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고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던 미 달러화마저 폭락하자 국제 유동성이 금 등 귀금속 선물시장으로 집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런던 맥쿼이어리 은행의 카멜 나퀴비는 "금값은 견고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미국의 공격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긴장감이 중동 지역 전체로 퍼진다면 금값은 온스당 30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