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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끝내고 고향 집을 떠나노라면 짙은 아쉬움과 이른 그리움이 뒤엉킨다. 밀레도 늘 고향을 그리워했다. 프랑스 서부의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 잡은 그레빌 근교의 그뤼쉬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평범한 농가가 위치한 이 거리를 따라 걸으면 해안의 경치도 만끽할 수 있었던 곳으로 밀레는 19세까지 살면서 유년기를 보낸 이 집과 동네를 자주 그렸다. 녹음 짙은 나무에 일부가 가려진 석조 건물은 탄탄한 안정감을 준다. 그 나무 옆쪽으로 한 남자가 나무에 걸터앉아 있다. 눈여겨볼 것은 나뭇잎과 돌담에 담긴 거장의 붓놀림인데 밀레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영향력이 컸던 1850년대 화풍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소 어둑한 듯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는 훗날 밀레가 그린 농민화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18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도시의 산업화가 무색할 정도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화면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소박함을 추구한 감성에 호소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그림이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