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KB금융, 진통 이어지는 ING 인수전

정치 부담 덜기 위한 시기 조율<br>국감 끝나는 이달 말께 마무리<br>당국 이례적 점검 나섰지만 제2 웅진 예방 차원일 뿐 최종계약엔 영향 없을 듯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막바지 가격 조율만을 남겨둔 가운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2조5,000억~2조7,000억원에 이르는 인수가격을 놓고 KB금융의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최종 타결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 당국이 최근 KB금융에 대한 재무건전성 점검에 들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점검이 인수 협상의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웅진그룹 사태 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금융 당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인수거부 등으로 금융 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있는 KB금융이라 낙관만 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양자 간 협상이 결국 국정감사가 끝나는 오는 10월 말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 모두 대선 정국이 본격 전개되는 11월 전에 협상을 매듭짓는 게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국감 기간(5~24일)은 부담스러운 탓이다. 이미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국제통화기금(IMF) 총회(9~13일)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 10월 마지막 주가 협상 타결에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부담 덜기 위해 시기 조율하는 듯=KB금융의 ING 인수 임박 소식은 지난 9월 초부터 터져나왔다. 하지만 8일 현재까지 협상 타결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높은 인수가를 우려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해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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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으로서는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유일한 협상 파트너인 KB금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다 KB금융도 보험 분야 강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수가에 대한 이견 조율이 힘들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 매듭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일부에서는 KB금융이 발표 시기 조율에 신경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인수 가격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깎기 위한 전략 아니겠냐"며 "정치권의 부담을 피해 국감이 끝나는 24일 이후 10월 말에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종 계약 전 점검, 이례적이지만 변수 아냐=금융 당국이 KB금융의 자금 조달 여력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도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예상대로 이뤄질 것임을 반증한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KB금융이 국민은행 배당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에 바젤Ⅲ가 적용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배당을 많이 하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ING생명 인수에 따른 KB금융의 영업ㆍ자산건전성 영향 등을 두루 살펴보는 것"이라며 "이번 점검이 최종 계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금융 당국의 움직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설사 1조원을 배당해도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12%후반으로 기준치(8%)를 웃돌거니와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점검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당국의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예방 차원의 대처라는 시각이 좀더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2조원의 대형 딜이 진행 중인데 금융 당국이 손 놓고 있다가 자칫 문제가 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지 않겠냐"며 "경각심 제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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