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분기 수출 마이너스 추락 불보듯… "버틸 기력없다" 아우성

76엔대 고착땐 기업 80% "타격"<br>유럽위기에 美 QE3까지 단행땐 엔화 강세 장기간 지속될수도<br>해외거점 태국 생산도 차질… 차업계"순익 2,400억엔 줄것"


■엔고에 태국 홍수까지… 日기업들 설상가상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8월 제조 분야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엔고 영향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달러당 76엔대를 가정하고 엔고현상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3곳 가운데 한 곳은 “6개월간 지속되면 영업이익이 20%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금이라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일본 기업의 80%가 엔고로 인한 실적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75엔대에 진입하자 일본 산업계는 더 이상 버틸 기력을 상실했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기업들은 나름대로 엔고에 대응한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마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자 지금과 같은 슈퍼엔고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9월 현재 일본의 수출액은 지진발생 이전인 2월의 97%까지 회복된 상태다. 하지만 지진 이후 소진된 해외 재고분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수출이 늘어나는 부분을 제외시킬 경우 일본 수출은 사실상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이와소켄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고의 최고치 경신에 따른 악영향이 확대되면서 4ㆍ4분기 기업 수출은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일본 기업들은 장기적인 엔고 추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서둘러왔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이다. 특히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계는 지난 수년 동안 태국을 제3국 수출의 거점으로 삼아 집중적인 투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태국을 강타한 최악의 홍수로 생산설비가 물에 잠겨버렸거나 현지 부품업체들로부터 제품공급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급감한 생산이 이제 겨우 회복된 상황에 또다시 일본 기업들을 덮친 대형 악재다. 태국에 대규모로 생산기지를 갖춰온 도요타 등 자동차 업계의 경우 태국 현지는 물론 부품공급 차질로 일본 국내나 다른 동남아 국가 생산기지의 생산에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혼다의 경우 25일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도요타자동차는 국내에서 6,000대 감산에 돌입했다. 이번 홍수로 일본 5개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은 총 2,400억엔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실적악화가 가시화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생산감소로 올해 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300억엔 이상 줄어든 2,300억엔에 그칠 것이라는 수정 전망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500억엔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홍수가 적어도 한 달가량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피해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엔고다. 3월 대지진 직후 달러 대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엔화 가치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올라 지금은 달러당 76엔대가 굳어질 정도로 기록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악화와 미국의 추가 금융완화 전망까지 거론된 10월 들어 엔화는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벌써 두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연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시장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며 구두개입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설사 개입을 단행한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거대한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 채무위기의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엔고가 한층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초유의 엔고로 경기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채 추가매입과 트위스트 오퍼레이션 등 다각적인 추가 금융완화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국채 매입으로 가뜩이나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일본 국채가 장기적으로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준다면 이는 자칫 엔고를 한층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일본 당국으로서는 이래저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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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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