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파생상품 규제 시행 늦추자"… 대형IB, 금융개혁법 무력화 공세

하위규정 마련 시한 앞두고 "18~24개월의 이행기간 달라"<br>의회 로비등 적극적 의견 제시 규제 당국자 손발 묶기 나서<br>상품선물거래委 예산부족속 쏟아지는 의견 검토하느라<br>수십개 규정 제때 못만들어 규제 연기 '절반의 성공' 기대


월가가 금융개혁법인 '도드 프랭크법'의 무력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가는 특히 법에 따른 하위 규정 마련 시한이 7월 16일로 눈앞에 닥친 파생상품관련 규제 시행을 연기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간 600조 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 거래는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주요한 수익원이다. 거래가 불투명하고 신용리스크가 많은 파생상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간주된다. 파생상품의 위험은 AIG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지난 2008년 AIG에 파생상품 거래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떠 안았고, 결국 미 정부는 578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만 했다.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이러한 위험을 없애기 위해 도드 프랭크 법은 ▦장외(over the counter) 스왑거래를 증권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대상에 포함시키고 ▦표준화된 파생상품의 청산ㆍ결제를 중앙청산소(central counterparty clearing house)를 통해 하도록 강제하고 ▦특정 금융회사가 과도한 리스크를 안지 못하도록 적정한 담보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CFTC 등 관련 규제기관들은 이러한 법 조항의 후속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인 상태다. 파생상품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남겨온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대형금융기관들로서는 불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규제로 인해 연간 수억달러에서 최대 20억달러 규모의 매출 창출 기회를 상실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먼 회장은 또 최근 애틀란타에서 열린 국제 은행가 콘퍼런스에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향해 미 정부의 금융개혁이 금융산업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마저 가로막고 있다며 "금융위기 과정에서 미 정부의 조치들이 경제성장을 억제했음을 보여주는 책을 20년 안에 누군가 쓸 것"고 쏘아붙여 주목을 받았다. 월가는 파생상품 규제의 시행시기를 늦추기 위해 의회에 대한 로비는 물론,하위 규정을 마련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파생상품과 관련한 라운드 테이블에서 은행가들과 금융회사 대표들은 파생상품 규제와 관련 18~24개월에 달하는 이행기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최근 규제당국자들의 손발을 묶어 금융개혁을 저해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유럽과의 차별적인 규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파생상품 부문을 대표적이라고 지목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우려한 데로 월가의 작전은 이미 절반쯤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골드만삭스 경영자 출신인 게리 젠슬러가 위원장으로 있는 CFTC는 업계로부터 쏟아진 의견들을 검토하느라 도드 프랭크 법과 관련된 수십 개의 규정을 제때 만들지 못했다. 지난 4월 CFTC는 파생상품에 대한 의견접수를 한달 더 연장한 바 있다. CFPC는 또 예산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CFPC는 도드 프랭크 법 시행으로 새로 늘어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올해 3억400만달러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의회에서는 2억200만달러만을 배정했고, 내년에는 1억7,200만달러로 더 줄이도록 했다. 공화당과 뉴욕출신의 민주당의원들도 월가 편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도드 프랭크 법이 미국 은행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월가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스펜서 베이커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파생상품 규제에 있어서) 전세계가 미국에 비해 18개월 이상 뒤져 있는데, 억지로 임의적인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주 상원의원인 척슈머와 크리스틴 질리브랜드 그리고 뉴욕출신인 16명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도 새로운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의 서한을 규제당국자들에게 보냈다. 월가는 대통령과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음에 따라 도드 프랭크법 자체를 월가에 유리하도록 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규제 실시 시기 연기를 통해 한숨을 돌리고,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서 추가적인 법안 개정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CFTC는 금주중 회의를 열어 파생상품 관련 규정에 대한 시행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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