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드컵 예선전서‘프리 이란’시위 이란인 난민인정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축구 최종 예선전이 벌어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Free Iran(이란에 자유를)’이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인 이란인에게 난민 인정 판결이 내려졌다. 경기 당시 이란은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던 중이었다. 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A(28)씨는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이슬람교도로 성장했지만 18세부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스승의 영향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됐다. 그는 결국 스승과 함께 해외로 출국해 기독교로 개종하기로 결심, 한국으로 입국했다. A씨는 2009년 4월 국내에 입국한 이후부터 한국 교회나 이란인 교회에 다니며 성서공부와 주일예배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그가 한국에 입국한지 얼마 안된 같은 해 6월, 그의 모국 이란은 반정부 시위가 수도를 비롯한 전역에서 일어났고 이를 억누르려는 경찰의 강경한 진압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국가대표들이 뛰는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전 티켓을 산 후 관람석 한가운데서 반정부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를 목격한 이란 대표팀과 함께 한국에 와있던 정부수행팀은 거세게 항의하며 시위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런 소동은 세계적인 언론사인 로이터뉴스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축구경기장 외에도 A씨는 한 달 간 매주 일요일에 주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의 확대사진을 출력해 시위를 벌이는 등 반정부의 뜻을 내비쳤다. 이런 그에게 모국의 법원은 ‘대한민국을 방문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잠적했으며 대한민국에 난민신청을 했다’며 이슬람형법 조항에 근거해 징역 3년의 실형과 70대의 태형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A씨의 난민신청을‘이란 정부의 주목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고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탄압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이인형 부장판사)는 "이란 정부관계자들이 A씨를 기록해 둔 점, 세계적인 언론사에 방영된 사실을 고려할 때 월드컵경기장 시위가 이란 정부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반정부활동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난 A씨에게 `개종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란 내에서 기독교인이나 개종자들에 대한 박해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록 이란을 떠나기 전부터 반정부 활동을 했거나 이를 예정한 것이 아니더라도 난민 인정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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