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이흥렬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사장

"대리점은 시장개척 선봉 최고의 헤택 줄것"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그래픽용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웹에서 전자문서를 만들고 읽는데 사용되는 PDF 기반의 애크로뱃까지 어도비의 제품은 거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한국어도비시스템즈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그 작은 규모에 놀라게 된다. 9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이 선뜻 믿겨지지 않는다. 그 비결은 효율적인 아웃소싱과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 이흥렬(42) 사장은 '파트너 업체들과의 의리'를 거듭 강조했다. 한국어도비는 남들과 달리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에 대리점 수를 줄인다. 반대로 시장이 축소되면 대리점 수를 늘린다. 이 사장 "시장이 축소하는 시기에는 어차피 모든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대리점을 늘려 새로운 소비자를 개척하도록 한다"며 "대신 시장이 커질 때는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뛰어준 파트너들이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갈 수 있도록 판매 업체 수를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도비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대리점과 대리점을 지원하는 총판의 이원화된 영업 시스템을 갖고 있다. 활발한 운영으로 회사의 공인을 받은 대리점들(이 사장은 이들을 파트너로 표현한다)은 단순히 판매 뿐만 아니라 본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시장 개척과 소비자 교육까지도 담당하게 된다. "어도비의 제품을 무조건 팔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협력업체들에게 왜 어도비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가를 설명해주고, 실제로 그들이 어도비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는 파트너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일은 한국어도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다.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현장을 뛰는 파트너라는 것. 리포트 프로그램은 한국어도비가 대리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마련한 시스템이다. 대리점들이 직접 소비자를 만난 이후에 회사에 그 활동 사항 등을 이메일로 보내면, 한국어도비 직원들은 그 정보들을 공유하며 지원 사항을 점검한다. 이는 한국어도비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되는 동시에 변칙적으로 활동하는 중간 업체들을 차단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사장은 "시장을 개척한 파트너 업체들이 그 시장에서 직접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영업현장을 강조하는 것은 어도비가 97년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 영업총괄을 맡아왔기 때문. 하지만 그의 이력은 영업보다 엔지니어에 가깝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도미, 미국에서 전산ㆍ경영을 전공했다. 이 사장은 "잠시 사회를 경험해보고 싶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입사했지만,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보며 학교로 돌아간다면 뒤쳐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사회에 남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가 한국에 발령을 받으면서 이 사장은 영업분야의 경험을 쌓고 싶다고 회사에 강력히 요청했다. 당시 한국 상황에 익숙치 않고 영업 경험도 없는 그를 주변에서는 모두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알아야 시장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앞으로 한국어도비가 주력할 분야는 애크로뱃과 올 가을 출시하는 아셀리오. 이미 애크로뱃은 전자문서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회사 문서를 애크로뱃의 PDF 파일로 저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회입법관리시스템이나 국세청에서도 문서를 PDF 기반의 애크로뱃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사장은 "웹 출판 시장이 커지면서 고라이브와 라이브모션, 애크로뱃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며 "모바일 출판 시장이 커지면 어도비의 아셀리오가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7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곧바로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어도비가 이제 본사에서 가장 중요한 7번째 지사로 꼽히고 있고, 가장 성장이 빠른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도 클 수 밖에 없다. 이흥렬 사장은 "어도비의 제품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고객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원포인트스피치 "지난해 한국어도비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 강화로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흥렬 사장의 말은 한국에서 아직도 정품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등에서는 개인들이나 작은 규모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정품을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들이 정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비정상적인 매출 신장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미국 등에 비해 개별 판매보다는 기업등을 대상으로 한 라이선스 판매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정품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단속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프스토리 90년 미국 시애틀 퍼시픽대 전산ㆍ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93년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지역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다 95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총판영업 대표로 한국에 돌아왔다. 97년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영업이사로 영입된 뒤, 2000년부터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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