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투자자 울리는 SH 상가 할인분양

"상가 분양이 제대로 안돼 손님 없는 것도 속상한데 미분양 물건을 최고 70% 할인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부터 솔직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공급된 SH공사 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가 2일 기자에게 털어놓은 푸념이다. 서울시 은평뉴타운에서 전용면적 45㎡의 작은 상가를 분양받았지만 현재 전체 9개 상가 중 5곳이 빈 상태로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처럼 SH공사가 미분양 상가를 '땡처리' 하는 데 대해 이미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은 예고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투자자는 "입주 가구 수에 비해 상가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많이 만들어 놓고 남은 물건을 할인 판매하는 셈인데 기존 투자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SH공사가 분양한 상가 중에서 은평뉴타운을 포함, 여러 곳에서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곳은 98개에 이른다. 대부분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서는 상가로 규모도 크지 않은 생계형 상가들이다. 문제는 최고 70% 할인 분양하게 되면 상가 분양가격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된다는 점. 상가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는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섣부른 투자로 상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사마저 신통치 않아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SH공사가 실적에만 급급해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상가를 초과 공급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운 일이다. 민간에서 분양하는 상가들이 최근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초과 공급 못지않게 상가 분양 침체를 부채질하는 것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업종 제한이라고 상인들은 지적한다. 분양이 안된 상가 중에는 미용실과 부동산중개업소와 같은 업종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 많아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상가를 할인해서 분양하는 마당에 기존의 업종 제한을 완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한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 탓이지 초과 공급으로 아파트 상가가 대거 미분양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사 측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서민 아파트 상가의 미분양 사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듯해 보인다. 대승적인 규제 완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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