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ㆍ유럽 공조는 없고…"나부터 살자"

美·유럽 등 "나부터 살자"<br>성장 위한 통화정책 조짐<br>신흥국 고물가 우려 확산

세계 각국이 빠른 속도로 숨통을 조여오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늪에서 먼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꺼져가는 자국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경기부양 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경기를 되살릴 실탄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에 풍부한 자금을 풀어 숨통을 틔워줬던 중국은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에 자금줄을 조이고 있고 신흥국가들은 선진국의 경기부양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파른 엔고(円高)로 성장동력을 잃은 일본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독자적인 시장개입이라도 단행할 태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고용악화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강도 높은 경기부양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고용 현실은 미국의 심각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3차 양적완화(QE3)에 신중한 입장이던 FRB가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놓은 상황이다. 유럽도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에서 실물경제마저 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부양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일단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 조만간 금리를 낮춰 금리정책을 부양기조로 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디플레이션과 대지진, 정치 공백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진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도 '성장'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부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정난으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재원이 마땅치 않은 이들 나라가 경쟁적으로 경기부양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경제는 점차 소리 없는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각국이 경기부양이나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소화해낼 여력이 세계적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선진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날 경우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은 극심한 물가압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화와 유로화 약세로 이미 수출경쟁력이 약해진 일본도 환율 방어를 위한 독자노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졌다. 실제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브라질의 경제성장 둔화를 달러화 약세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취임일성으로 엔고 방어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2008년 당시 막대한 재정부양으로 세계경기를 되살리는 데 한몫했던 중국은 경기부양보다 중국의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며 제 앞가림하기에 바쁘다. 이에 따라 오는 9~10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나 22일로 예정된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지만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뾰족한 대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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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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