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 美ㆍ中 그리고 한반도 통일


정치외교학 이론 중에 '현실주의 이론(Realist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국가들이 도덕이 아니라 국가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이를 위해 힘을 추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인 미 시카고대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교수는 이론을 더 발전시켜 '공격적 현실주의 (offensive realism)'를 제안했다. 국가들은 힘이 상대방과 균형 상태에 이르렀을 때도 만족하지 않고 힘을 더 증강시키려 노력해 결국 모든 강대국들이 패권국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관점이다. 中 국력 강해질수록 통일 요원 최근 방한했던 미어셰이머 교수는 맹렬한 속도로 국력을 키운 중국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국력을 증가해 미국을 능가하게 된다면 한국은 중국에 편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거대해진 중국 옆에 있는 한국을 더 이상 미국이 도울 수는 없으리라는 논리다. 중국과 한국의 관계는 과거 청나라와 조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다만 미어셰이머 교수는 지금까지와 같은 놀라운 속도라는 '만약'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지난 30년간 보여준 중국의 놀라운 속도의 경제성장은 이미 한국ㆍ일본ㆍ독일ㆍ싱가포르ㆍ대만 등이 거쳐온 과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이적인 성장이 50~60년 이상씩 지속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중국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경이로운 속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면' 당연히 중국의 경제는 미국을 앞서게 되겠지만 앞으로도 연평균 9~10%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많은 나라들은 예외 없이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초래한 정치적 요구(민주화, 복지의 확산, 빈부격차 문제 조절 등)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면 미국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미어셰이머 교수는 중국의 힘이 더 커진다면 아시아의 패권추구에 이어 미국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미국은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독일ㆍ일본ㆍ소련 등이 미국에 의해 패권추구가 좌절된 나라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ㆍ인도ㆍ월남ㆍ필리핀ㆍ대만ㆍ몽고 등과 연합해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이 같은 대 중국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자유주의 세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한국의 통일은 요원해진다. 최근 한국 정부가 오는 2030년에 한반도가 통일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고 한반도가 2030년 무렵까지도 통일을 못했다면 그때 가서 통일을 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론에 따른다면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가 아니라 '늦어지면 통일을 이룰 수 없다'가 더욱 타당해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통일은 사명이다. 구체적 전략 세워 신속 추진을 미어셰이머 교수는 현재의 중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이제껏 방치 혹은 지원한 이유가 여기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국력증강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에게는 자유 민주주의로 통일된 한반도는 막강한 전략 자산이 될 수있다. 다만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시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을 위한 국제정치 상황이 아직은 양호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통일의 기초를 쌓는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지금 이 순간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밀고 나갈 준비를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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