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빛대신 얻은 음악, 남들에 나눠줄것”

"이제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남들에게 나눠줄 때라는 생각에 각오가 새롭습니다" 25일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하는 피아노 전공 시각장애인 김예지(23ㆍ여)씨. 졸업 후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김씨는 22일 “시각장애를 갖고 공부하면서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며 “다른 후배들에게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시력을 잃은 것은 2살때쯤. 열이 굉장히 많이 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악재가 거듭된 이후 그는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이후 서울맹학교에서 초ㆍ중ㆍ고교 과정을 보낸 그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고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선택했고, 이후 1년 재수생활 끝에 숙명여대에 입학했다. 그는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어울려 중고교 시절을 보냈기에 대학에 들어와 10배 이상 불리한 상황에서 남들과 같이 공부하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장애를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나를 인정한 후부터 다른 사람과는 다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대학생활은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녹음해 집에 가서 듣고 정리하기에만도 벅찬 하루하루였다. 점자로 된 책이나 악보를 구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기에 공부하는 데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나마 흰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복잡한 길을 헤쳐나가야 했던 대학시절 초기와 달리 지난 2000년 9월부터 함께 생활하게 된 안내견 `창조`는 김씨의 대학생활에 큰 힘이 됐다. 김씨는 “학기중 지각위기에 처할 때면 안내견 창조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끌어줬다”며 “서로가 어떤 심정인지 교감이 가능한 창조는 어디든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고 말했다. 그녀는 지도교수인 이혜전 교수와 가족의 지지 아래 피아노에 매진, 2001년부터 월진회 등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바이올린ㆍ피아노ㆍ첼로의 3중 협주곡을 무대에서 공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5일 대통령으로부터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수상하는 김씨는 “홀로 빛나는 것보다는 모두가 잘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좋은 실력을 갖춘 연주자로 키워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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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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