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웰빙·실속상품` 2003년 불황 몰랐다

올 한해 유통업계에선 어떤 상품이 불황을 이겨내고 인기를 끌었을까.`잘먹고 잘 살자`는 웰빙족이 확산되면서 건강과 관련된 상품이 단연 강세를 보인 가운데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스포츠ㆍ레저용품도 경기 불황의 터널을 뚫고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은 고가 상품보다 중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였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편의점별로 인기 상품을 살펴본다. 지난 1년간 백화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으로 건강관련 `웰빙`상품이 꼽힌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건강상품 매출은 오히려 2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유기농산물은 값이 비싸도 가족 건강을 챙기는 알뜰주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친환경 유기농 제품이 지난해 대비 100%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유기농 가공식품을 파는 전문매장을 열어 주부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검은콩 우유는 기존 우유보다 2배이상 팔려 우유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건강을 생각하는 음주문화가 확산되면서 와인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추석명절 선물로 와인이 사상 처음으로 양주를 제치고 1위로 떠올랐다. 전체적으로는 와인매출이 작년에 비해 50%이상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각 백화점의 문화센터는 요가와 사교댄스를 배우려는 주부들로 넘쳐났던 점이 특징. 주5일제 실시 확산과 맞물리면서 인라인스케이트와 스키 등 운동·야외용품도 호황을 맞았다. 드럼형 세탁기는 올 한해 신혼부부들이 준비하는 혼수품 1호로 손꼽힐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롯데마트에서 팔린 드럼형 세탁기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무려 750%나 성장했다. 드럼세탁기에만 쓰는 전용세제도 전달 대비 평균 200%씩 매출이 뛰었다. 영국계 할인점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선 기존 고가 충전식 전동칫솔 대신, 1만원 안팎의 저가형 건전지식 전동칫솔이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지난해 대비 매출 성장률이 150%씩 급증한 히트상품은 디지털카메라. 이마트 관계자는 “젊은층 사이에서 디지털카메라 동호회와 관련 사이트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사와 사스(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시장규모도 2배 이상 커졌다. 에어컨과 가습기도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많았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홈쇼핑에선 실속상품 대박) LG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린 상품으로는 밀폐용기 세트와 포장김치를 꼽을 수 있다. 밀폐용기 세트는 대용량 냉장고의 수납공간을 알뜰하게 쓰고 싶어하는 주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 김치세트는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김장 재료값은 폭등한 반면, 포장김치는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영향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도 한몫 했다. 이민, 창업, 교육, 보험, 여행 등 무형(無形) 상품도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홈쇼핑이 두 차례에 걸쳐 판매한 캐나다 이민상품에는 신청자가 무려 4,000여명이 몰렸으며, 금액도 700억원이 넘었다. 올 한해 편의점 1등 상품은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 등 먹거리가 차지했다. LG25에선 샌드주먹밥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훼미리마트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도 하루 13만개씩 팔려나갈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걸쭉한 망고주스도 오렌지주스를 뛰어넘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새로 나온 페트병 맥주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로또복권 역시 편의점 매출을 올리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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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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