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나 '대선 무효' 주장 시위확산

유시첸코 지지자들 연일 "부정선거 규탄" 시위<br>치안당국 무력진압 자제 움직임… 긴급의회 소집 무산

지난 21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에 불복한 수십만명의 빅토르 유시첸코 후보 지지자들이 수도 키예프 등지에서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23일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에는 10만명이 넘는 유시첸코 지지자들이 모여 '대통령 유시첸코'를 연호하며 선관위의 개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개표 직후인 지난 22일에도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가졌으며 의회(라다)가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을 주장하고있다. 이에 따라 의회는 23일 오후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선 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키로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회의 소집 자체가 무산됐다. 현지 언론들은 선관위의 대선결과 집계에 대한 불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과반수(226명) 의원이 출석해야 하지만 이날 191명만이 회의장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시첸코의 지지 기반인 서부의 르비프시(市)에서는 이날 10만여명이 야누코비치 총리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르비프를 포함한 서부의 6개 도시는 이미 유시첸코가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시위에 동참한 상태다. 특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의회를 향해 행진하자는 유시첸코의 주장에 따라 시위대들은 의사당 건물까지 행진한 뒤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유시첸코는 시위 군중에 "당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이며 우크라이나를 정치적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시첸코 진영은 의회가 이날 오후 열리는 비상회의에서 중앙관위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해 선거결과를 무효화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유시첸코는 "의회만이 불법 선거로 초래된 불안정안 정국을 해결할 수 있다"며 의회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헌법상 불신임 투표의 발의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의회의 불신임 결정은 구속력이 없다. 설사 대통령이 불신임 투표를 수용하더라도의회 전체 의석인 450석 가운데 과반수를 야당이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야당인 '우리 우크라이나당' 소속 의원은 100명에 불과하고 지지 세력인 사회당 등 군소정당을 합쳐도 과반수 확보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저질러졌으며 민주적 기준에 위배된다며 비판을 퍼붓고 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많은 부정행위와 위반이 있었다는 보고를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순번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벤 보트 외무장관도 "EU의 25개 회원국외무장관들은 우크라이나 의회와 쿠츠마 대통령에게 항의 성명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시첸코는 자신이 승리했음을 국제적으로 승인해줄 것을 각국에 요청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세계 각국의 시민들과 의회가 우크라이나인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 치안 당국은 현재까지 무력 진압에 나서지 않는 등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들은 광장 주변 100여개의 시위용 텐트를 방치한 채 교통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위대를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시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예상될 경우 추가적인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만간 시위 진압에 나설 수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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