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입니다.』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그들중 한 사람이 뭔가를 내밀었다. 가택수색영장이었다. 미처 내용을 읽어볼 새도 없이 그들은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간첩혐의로 수색하겠습니다.』
『가, 간첩이라뇨?』
『로버트 김은 간첩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했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그녀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소리쳤다.
『내 남편은 지금 어디 있어요! 어디 있냐구요!』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 그는 누구인가. 한국을 돕다가 미국 감옥에 갇혀있는 로버트 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나왔다. 로버트 김 석방위원회가 펴낸 「나는 한국인입니까,미국인입니까?」가 바로 그 것. 이 책은 조국을 돕다가 간첩죄로 몰린 로버트 김과 가족들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 여론을 들끓게 했던 진실, 이 사건의 감추어진 전모, 현장감 있는 재판의 진행과정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지난96년 9월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이 좌초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해군정보국에서 근무하던 로버트 김은 주미한국대사관 정보장교의 부탁을 받고 미국의 컴퓨터를 검토한 결과, 이미 사건 발생 3일전부터 북한 잠수정의 이동상황이 기록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한국측에 알려주었다. 며칠 뒤 스파이혐의로 체포되었다. 로버트 김은 이렇게 말했다.
『부잣집에 시집온 가난한 처녀가 친정식구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정부는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로버트 김이 미국시민권자」란 이유를 들먹이며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어 아직까지 뜻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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