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재송신 싸움에 시청권은 없다

지상파 재송신 논쟁이 가관이다. 유선방송 사업자들과 지상파 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삿대질만 하고 있다.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다. 지상파 재송신 논쟁은 지난 2006년 정부가 디지털 방송 전환을 시도하며 불거졌다. 지상파의 콘텐츠를 유선방송 사업자들이 내보내는 대신 대가를 달라는 것이 당시 지상파의 입장이었다. 지상파들은 난시청 지역 해소에 도움을 준 케이블 업체의 공로를 인정해달라며 팽팽히 맞섰다. 이 팽팽한 평행선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5년 동안 그어온 평행선 사이에 접점을 찾으려 하니 해결난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겠다며 최근 몇 달간 팔을 걷고 나섰지만 양측이 왜 합의할 수 없냐는 이유만 명백해졌다. 협상 결렬은 디지털 방송 송출 중단을 낳았고 시청자는 SD급으로 지상파를 보고 있다. 최첨단 TV로 20세기형 방송을 보고 있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양측이 무리하게 제 입장을 고집하는 까닭은 다 제 밥벌이 때문이다. 지상파들은 종합편성 채널 출범으로 방송 광고 시장에서 벌이가 쉽지 않다. 이런 차에 가만히 앉아 수백억원의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재송신료를 놓칠 수 없다. 방송 광고 시장이 줄어들더라도 든든한 보험 하나 있으니 일용할 양식은 걱정 없겠다. 보는 이들의 시청권은 우선 제 밥통을 채우고 난 후에 생각할 문제다. 이는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앉아서 매년 수백억원의 돈을 지상파에 뜯기게 생겼으니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난시청 지역 해소와 지상파 광고 도달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명목 뒤에는 그저 제 몫이 줄어드는 가난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지상파를 압박하려면 이 땅의 수백만 국민을 볼모로 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차후에는 완전 송출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당연히 모든 화살이 지상파로 돌아가게 판을 설계했다. 지상파도 지치고 유선방송 사업자도 지친다. 모두가 지쳐가지만 깜빡 조는 순간 내 밥통은 뺏긴다. 5년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데는 이토록 살벌한 생존 본능이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시청자는 눈뜬 장님이 됐다. 살벌한 밥벌이 다툼에 시청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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