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싱가포르:1/저축률 50%대…경쟁력 “세계최고”(경제를 살리자)

◎「임금인상 생산성범위」 명문화… 90년대 노사분규 전무/기술개발·성과급제통해 85년 위기 극복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지난 65년 독립한 싱가포르는 서울시보다 약간 큰 6백47㎢의 땅덩어리만 차지했다. 그나마 수십개의 섬을 합한 면적일 뿐 실제 이용 가능한 땅넓이는 서울보다 훨씬 작다. 당시 1백90만명의 싱가포르인들은 스스로 원해서 연방을 탈퇴했지만 10%에 이르는 실업률에 산업을 일으킬 아무런 노하우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더욱이 주변국중 어디도 싱가포르보다 나을게 없는 상황이었다. 안팎 어디를 둘러봐도 발전가능성을 찾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을 맞아 싱가포르는 우선 중계무역에 의존하던 산업구조를 제조업 부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외국기업이 편하게 싱가포르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기준, 분쟁해결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고용법」, 「산업조정법」도 잇달아 제정했다. 항공·해운·조선 등 민간기업이 초기에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는 정부유관기업을 설립, 운영하는 정책도 과감히 구사했다. 이후 싱가포르는 승승장구해 연평균 9% 성장, 94%의 주택보급률, 실업률 2.0%, 물가상승률 1.4%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6천달러에 이르고 있다. 물론 그동안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 85 ,86년 국내적으로는 성장의 탄력성이 사라지면서 수요가 급감했고 완전고용상태로 인해 노동력 부족과 과다한 임금상승이란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더욱이 중앙저축기금 출연률이 25%에 달해 기업들도 더이상 부담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하소연 하면서 성장률은 마이너스 1,6%로 급락했고 실업률은 4,1%로 급등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80년대초 5%수준에서 3%대로 떨어졌다. 이런 판에 임금상승률은 7%를 웃돌았다. 당시 등장한 게 바로 「3차 경제개발계획」이다. 「싱가포르 경제­새로운 방향전환」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계획은 불황의 원인을 국내요인과 국외요인으로 구분했다. 유가하락, 미국 등 주요 상대국의 수요감퇴, 주변 아세안국가의 성장하락 등이 해외요인이었다면 임금상승으로 인한 기업비용의 상승과 경직된 임금제도는 국내요인으로 꼽혔다. 당연히 처방이 따랐다. 우선 싱가포르의 자랑인 중앙저축기금이 손질대상으로 부각됐다. 싱가포르 근로자들은 자기 월급에서 항상 20%는 떼야 한다. 임금의 20%를 「중앙저축기금」에 강제저축하고 기업주도 같은 금액을 회사 수익에서 떼내 근로자 이름으로 불입한다. 봉급쟁이들은 자기 월급의 40%에 해당하는 돈을 기금에 강제 저축하고 나중에 연금형태로 돌려받는다. 강제저축 덕분에 싱가포르의 지난해 저축률은 무려 50.0%에 달했다. 중앙저축기금에 모인 돈은 당연히 생산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86년 당시 이 기금의 분담률이 너무 높다는 여론이 일었다. 결국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중앙저축기금 불입금을 당시의 25%에서 현행 20%로 낮추었다. 중앙저축기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복지에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보수가 높아질수록 저축액도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메카니즘을 잘 활용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금상승폭이 생산성향상 범위안에서 이루어지도록 명문화한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근무성과와 관계없이 근무연한에 따라 매년 보수가 자동상승하는 임금제도는 성과급을 2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정액임금제가 사라지고 경제사정에 따라 20%를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성과급이 도입된 것이다. 싱가포르의 노사관계는 널리 알려진 대로 매우 안정돼 있다. 물론 60년대 후반 이후 노동집약적 산업이 붐을 이루면서 노동수요가 늘어나 실업률이 5%이하로 내려갔고 임금상승폭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다. 당연히 노사분쟁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신속히 대응했다. 72년 2월 국가임금위원회가 구성됐다. 의장 1명, 노사정 대표 각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임금구조의 변화 방향을 결정했다. 근로의욕을 높이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지난해까지 이 기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예외없이 모두 채택됐다. 믿기지 않지만 노사분규는 90년대 들어 한 건도 없다. 싱가포르의 노사는 ▲총임금 인상폭은 경제전체의 성과를 반영해야 하고 ▲자동인상폭은 생산성 증가분이내라야 하며 ▲기업은 임금상승분을 가능한한 성과급으로 지급토록 하고 ▲성과급도 경제성과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72년부터 91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이상인 반면 실질임금수준은 4.5% 증가하는데 그친게 바로 그 증거다. 특히 임금상승폭을 생산성 범위안에서 제한하는 정책은 싱가포르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술개발기금이다. 중앙저축기금이 근로자의 임금인상에 따라 불입액이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 기술개발기금은 근로자가 기술의 질을 높여 생산성이 향상될 경우 기업체가 개인의 강제저축계좌에 일정액을 불입토록 하는 제도다. 생산성확대를 위해 임금수준과 함께 기술개발도 개인저축을 늘리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이런 든든한 배경을 갖췄으니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최정상급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WF:World Economic Forum)은 96년 보고서에서 금융무역중심지,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 중심지, 국내성장에서 외국투자비율이 높은 고성장국가라는 평가와 함께 싱가포르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1위로 채점해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경영발전연구소(IMD:Institute Management Development) 보고서는 싱가포르를 미국에 이어 2위로 선정했다. 부문별 점수는 정부효율성 1위, 건전 금융구조 3위, 기업경영성과 4위였다.<싱가포르=손동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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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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