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가 고용보험료를 0.2%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2011년 보험료율을 0.2%포인트 올린 지 불과 2년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 재정이 나빠지고 있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실업급여계정은 매년 5,000억~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적립금이 최근 5년새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위원회에 참여한 노동자ㆍ기업ㆍ전문가 대표는 보험료 인상에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고용보험 재정이 악화된 데는 실업급여 체계를 잘못 설계한 정부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1년 육아휴직ㆍ출산휴가급여를 도입하면서 여기 들어가는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당시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출산 장려와 육아 지원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이를 실업자 안정을 위해 노사가 모은 돈으로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일단은 고용보험기금을 쓰지만 점차 일반세금으로 지급하는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실천은 지지부진했고 지난해 모성보호 관련지출 중 국세 비중은 2.5%에 그쳤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이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재정이 2002년 256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23배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급하는 데 막대한 돈이 빠져나가는 이상 고용보험료를 올려도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노사가 위원회에서 보험료 인상에 합의한 이유는 위원장인 정현옥 고용부 차관의 진심 어린 호소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정 차관은 "재정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와 관련한 비판들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며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모성보호지원금 재정을 일반세금으로 전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6,000억원 규모의 예산 분배를 당장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3년간 두 번이나 양보한 노사는 고용부의 약속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