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잔인한 5월” 속앓이/김현철 사법처리 불똥 어디로 튈까

◎연루 30개사 극비조사 “증거보강 끝”/정보망 총동원 「소환명단」캐기 사력/일각선 “대선자금 불거질땐 또 태풍” 걱정도김현철씨의 비리의혹에 연루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사법처리의 폭, 강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검찰의 김씨와 그의 측근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비리의혹에 연루된 기업들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관련, 최근 「소산(김현철씨의 별칭)비리커넥션」에 연루된 20∼30개기업 관계자를 극비리에 조사했다. 지난 주말에도 소산의 경복고 동문들인 일부기업인들을 비공개로 조사하는 등 김씨의 구속을 위한 증거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사를 받은 기업인 가운데는 재소환되거나 증거보강을 위한 자료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져 이들이 사법처리「영순위」가 되는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재계전체가 「김현철 리스트」로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주요그룹 기조실은 정보망을 총동원, 소환기업인 명단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정보팀들도 다른 그룹관계자들에게 해당그룹관계자의 소환유무를 탐색하는 등 정보전도 전에 없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조사를 받은 기업인으로는 박건배 해태그룹회장과 최승진 전 우성그룹부회장, 김덕영 두양그룹회장, 나선주 거평기조실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중 일부는 동문인 김씨의 활동비를 지원했거나 이권사업 수주와 경영권 분쟁, 사업상 편의 등의 이유로 돈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산민방 사업권을 따낸 H사, 수원민자역사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A그룹,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제2대주주가 된 K그룹 등도 그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성호 전 대호건설사장에 대한 수사도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소산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이권개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가 서초유선방송국 등 전국 7개 유선방송국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자금(9백억원) 가운데는 김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중 일부인 2백억원 이상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자금의 돈줄캐기가 본격화될 경우 연루기업인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보여 재계가 이만저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당국의 기업인조사는 그의 경복고 고대동문 기업인들을 비롯 그가 간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영연구회」 등 2세경영인 클럽의 멤버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민정부들어 잇단 기업인수 등으로 사세를 늘려온 K그룹 L회장, K사의 R사장, S그룹 P회장 등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태수 리스트파문에 이어 김현철 리스트로 기업인의 소환조사와 사법처리가 이어질 경우 장기불황 속에 미미하나마 회생기미를 보이던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투자마인드 위축과 국가이미지 실추에 따른 해외사업 차질 등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근절을 명분으로 대기업의 경영행태 수술 등 더욱 강도높은 대기업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이밖에 문민정부들어 이루어진 국책사업 등의 선정과정에서 김씨의 입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사업의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하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문제는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주로 거론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김현철 리스트에 이어 지난 92년 대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전이 가열되고 사법당국의 이에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재계는 그 파장을 알 수 없는 강력한 태풍권에 휘말릴 것으로 보고있다. 대선자금이야말로 메가톤급 핵폭탄이라는 것이다. 30대그룹 대부분이 비자금사건에 이어 다시금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경제회생을 위해 김현철 파문의 조속한 수습을 바라는 재계는 정치권의 정쟁등에 따른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잔인한 5월」을 보내야만 할 것 같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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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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