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혈세 먹는 하마' 택시 카드 단말기

서울·대전 제외 이용률 10%대<br>광주·대구선 통계조차도 없어<br>시민 외면따라 애물단지 전락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수십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어 장착한 택시 신용카드 단말기가 시민의 외면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과 대전을 제외하고는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져 꼼꼼한 분석과 예측 없이 밀어붙인 전시 행정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와 5개 광역시(인천·부산·대전·광주·대구)의 현황을 취재한 결과 일부 지자체의 경우 모든 택시가 단말기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카드 결제율이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결제율이 워낙 미미해 통계조차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부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단말기 1대당 가격의 50%(15만원)를 지원해 단말기 장착률이 100%에 달하는 반면 카드 결제율은 11월 말 현재 11.9%에 불과하다. 2만5,000여대의 택시에 37억여원의 시비를 쏟아부었지만 단말기는 시민 10명 중 9명의 외면을 받으며 운전석 옆에 덩그러니 놓인 채 잠만 자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인 인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만4,000여 대의 택시가 단말기를 장착하고 거리를 달리고 있지만 카드 결제율은 고작 16%다. 21억원(1대당 15만원)이 넘는 혈세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타 지자체에 비해 단말기 장착률이 크게 떨어지는 광주(18.2%)와 대구(54.7%)처럼 카드 결제율에 대한 통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서울과 대전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이들 지역은 부산ㆍ인천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택시에 단말기가 달려 있는데다 결제율 또한 43% 안팎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09년(24.2%)에 비해 2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어올라 택시의 카드 결제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카드 소비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에 비해 소액결제가 훨씬 많은 지방 고객이 굳이 카드로 결제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자전거 한 대 안 보이는 텅 빈 자전거도로와 뭐가 다르냐"며 "여러 사정에 대한 세심한 분석 없이 무작정 혈세만 쏟은 '비효율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마련한 시책인데 이용률이 저조해 안타깝다"면서도 "시 차원에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등 노력을 통해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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