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병원 직원, 변호사 사무장이 일가족과 짜고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이다가 적발됐다. 남매를 중심으로 일을 꾸민 일당은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얼굴을 칼로 긋거나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잔혹한 수법을 썼다.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반장 서울중앙지검 이주형 부장검사)은 멀쩡한 몸에 상처를 내 30억원대 보험금을 타먹은 사기조직을 적발해 김모(40·여)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모(52·여)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해하거나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수법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험금 3억4300만원과 민간 보험금 27억100만원 등 모두 30억4400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은 ‘기술자’로 불리는 김씨와 브로커 노릇을 한 그의 오빠(52·구속기소)가 주도했다. 남매는 ‘등산 중 굴러 얼굴과 코를 다쳤다’는 등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세웠다.
김씨는 실제로 산에 올라가 미용용 칼로 동거남의 이마와 뺨을 긋고 망치로 코를 내리쳐 골절시켰다. 이들은 계획대로 119에 신고해 응급실 치료를 받고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김씨는 동거남과 사촌동생, 전 남자친구 등 10명에게 상처를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칼로 그은 얼굴 상처의 길이는 최장 15㎝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왼쪽 손가락 두 개를 직접 망치로 내려쳐 부러뜨리기도 했다.
변호사 사무장 양모(54·구속기소)씨는 수술을 알선해주고 보험금을 대신 청구해주는 역할을 했다. 정형외과 의원 원장 김모(44·구속기소)씨는 병원 원무부장 이모(60·구속기소)씨를 통해 수술 대상자를 소개받았다.
이들은 필요도 없는 척추기기 고정술을 해주거나 척추에 고정된 너트를 일부러 풀어 산업재해 급여기간을 연장시켜주고 허위진단서를 발부했다. 수술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기술자 김씨에게 마취도 없이 ‘시술’을 받은 이들은 골절시킨 손가락에 괴사 현상이 일어나 결국 절단하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책반은 보험금이 환수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했고 연금 형태로 지급될 뻔한 산재보험 급여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막았다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