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6일] 실적 자랑도 못하는 中企

중ㆍ소규모 상장사를 취재하다 보면 이들의 언론에 대한 대응은 두 부류로 나눠진다.

인터넷이나 교육ㆍ유통업종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취재에 호의적이다. 언론 노출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부품이나 소재 같은 중간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취재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최근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A사에 연락했다. 실적이 좋고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데 회사를 소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업체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실적이 좋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나가서 회사에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주가에 긍정적일지는 모르지만 납품 받는 대기업의 압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익이 많이 난다고 보도가 났는데 우리도 어려우니 납품단가를 조금 조정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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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는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됐을 때 주가 영향보다는 대기업 구매 담당자의 반응이 더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들어 대ㆍ중소기업 간의 상생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 중소기업들이 겪는 설움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일반인을 직접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업체는 20%에 불과하고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가 80%나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잘되면 물론 이런 협력업체들도 잘 나가겠지만 그래서 더욱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의 눈치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사업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오히려 없다는 중소기업이 많다.

일부에서는 뭔가 구린 데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정상적으로 단가를 매긴다면 수요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데 손을 드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대기업의 잇따른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입도 벙긋 못하는 게 '을'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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