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정관리 종결 2년 앞당긴 두레그룹 김을태 회장(특별인터뷰)

◎“인력투자 생산성되어 돌아옵니다”/항공산업 투자확대 미서 품질인증도/현대는 전문가시대 알루미늄산업 한우물 팔것/3년간 함께 숙식하며 고락… 일체감 확보/병역특례요원 집중지원 기술축적 극대화한보와 기아사태 등으로 시중 자금사정이 극도로 경색돼 기업이 연쇄 도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 중소기업이 당초예정보다 2년앞당겨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 했다는 소식이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알루미늄소재업체인 삼선공업. 지난 82년 부도를 내고 쓰러진 이회사는 83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초 99년으로 예정됐던 법정관리종료시점이 2년 앞당겨 진것은 이 회사가 매년 1백%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대부분의 부채를 갚았기 때문이다. 회사이름도 삼선공업에서 「두레에어메탈」로 바꾸고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회사가 재기에 성공하기까지는 도중에 경영권을 인수한 김을태 회장(57)의 노력이 숨어있다. 김회장을 만나 부도기업을 일으켜 세운 지난 13년간의 숨겨진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예정보다 2년 앞당겨 법정관리가 종결된데 대한 소감이 남다르실텐데요.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처럼 좋은 결과를 일구어 낸 것입니다. 직원모두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법원이나 은행에서는 몇년전부터 법정관리의 조기종결을 재촉해 오고 있었습니다. 당초 법원에 제출한 계획서상으로는 연간 매출 5백억원을 넘어서면 부채를 모두 변제하고 법정관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7백68억원이니까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보다 빨리 법정관리에서 벗어날수도 있었지만 공장 증설 등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해 이를 늦춰왔던 것입니다. ­김회장께서는 부도난 기업을 인수해 법정관리인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우셨는데 부도기업을 인수하신게된 동기를 말씀해 주시지요. ▲지난 80년대초 여의도에 현재의 두레 빌딩을 짓고 제약회사를 차릴 생각이었습니다. 한방과립제와 드링크제 등을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김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제약사 임원을 거쳤으며 81년 두레 상사를 설립했다.) 그러던중 주변에서 부도난 삼선공업이 알루미늄소재업체여서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라며 인수를 종용해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회사를 인수하게 됐습니다.지금 생각하면 금속재료 분야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겁없이 달려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결국 제약회사빌딩이 될뻔한 현재의 두레 빌딩이 금속재료회사 빌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회사인수후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요. ▲인수당시에는 삼선공업의 문제는 자금 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장을 돌아보고 나서는 자금문제보다는 직원들의 정신상태에 보다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됐습니다. 회사기강이 흐트러지고 유능한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목격하게됐습니다. 특히 방위산업체인 이회사에 병역특례요원으로 와있는 엔지니어들이 의무근무기간만을 채우고는 바로 빠져나가버려 기술 축적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예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3년간 직원들과 고락을 같이 했습니다.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젊은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선진업체들을 두루 견학 시켰습니다. 주위에서 의무기간만 채우면 빠져나갈 사람에게 괜한 투자를 한다는 질책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들이 국가 산업에 기여할 것이란 생각에서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지금은 이들이 모두 두레그룹의 핵심 기술자가 됐습니다. 여의도에 새빌딩(두레빌딩)을 지어 놓고 3년동안 들어와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직원들과 한 덩어리가 돼 지내다보니 회사가 차츰 안정을 찾아가게 됐고 매출도 늘어나게 됐습니다. ­엔지니어들이 약사출신 경영주를 쉽게 따라와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실수 있었는 지요.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제가 금속재료를 전공했다면 오히려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했을 겁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회사의 방향을 설정해 갔습니다. 항공소재산업분야진출과정에서도 당시에는 무모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잘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뒷받침 해준것은 회사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특히 병역특례요원으로 와있던 직원들이 믿고 따라주었습니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알루미늄횔과 항공산업분야 등에 진출하기가 쉽지않으셨을 텐데요. ▲알루미늄횔사업은 알루미늄 소재업체로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진출한 것입니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항공산업도 소재업체로서 연관성이 있긴하지만 초기에는 위험부담도 컸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회사의 미래는 항공산업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항공산업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것입니다. 지난 87년에 창원에 2백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갖췄습니다. 당시에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항공기소재분야가 지금은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일인 만큼 기술 축적도 많이돼 이제는 전세계 어느곳에 내놔도 자신이 있습니다. 이같은 자신감은 세계적인 항공업체들도 인정한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로 부터 품질인증을 받는 등 록히드와 보잉 등 미국 5대 항공기 제조업체로부터 생산품질인등을 획득했습니다. 항공기 부품 소재의 대량 수출 길이 열린 셈입니다. ­최근 회사명을 삼선공업에서 두레에어메탈로 바꾼것도 결국 항공산업을 강화해 나가겠는 생각이 담겨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알루미늄휠부문은 이제 안정적으로 성장해 갈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9월28일에는 전주에 연간 72만대의 알루미늄횔을 생산할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습니다. 이 공장은 오는 2000년까지 연간 1백8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으로 증설될 예정입니다. 반월공장이 OEM전용 공장이라면 전주공장은 수출 전용 공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주공장에서 생산되는 알루미늄휠의 70%가량은 수출용입니다. 또 중국과 인도에도 대규모 알루미늄공장을 잇따라 완공하게돼 자동차용 휠부문에서는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부문은항공기소재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회사 이름을 두레에어메탈로 바꾼것도 소재분야 특히 항공소재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부채도 모두 변제했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인데 앞으로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나가실 생각이신지요. ▲사업을 확대해나갈 욕심이 있긴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으면 하지 않는 다는 것이 개인적 신념입니다. 이제는 전문가 시대입니다. 알루미늄과 연관된 사업이면 충분히 검토해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새로 진출 할수 있지만 다른 부문으로 진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알루미늄산업의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같은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저희 두레그룹은 이미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40∼5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했지만 40대 엔지니어를 과감하게 계열사 사장으로 앉혔습니다. 또 하나는 앞으로 신용사회가 정착될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건실해야 은행에서 자금을 쉽게 빌려 쓸수 있습니다. 회사 사장들이 굳이 은행을 찾아다니며 로비를 할필요가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두레기계와 금속등 전문성이 필요한 계열사 사장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에게 맡겼습니다. 이 곳 저곳 찾나다니며 손벌리고 아쉬운 소리하는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하다는 생각입니다.(정작 김회장도 이곳 저곳 손을 벌리러 다니지는 않는다.) ­최근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부도기업을 일으켜 세우신 기업인으로서 요즘의 상황을 보시는 느낌은 어떠신지요. ▲정도를 벗어나면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문성을 지키지않고 분수를 지키지않으면 회사는 쓰러지게 마련입니다. 경영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도 경영자의 몫입니다. 어려울때 일수록 직원들과 어울려 고락을 같이 하겠다는 경영자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특히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이 중요합니다. 경영자와 직원이 한데 뭉친다면 반드시 재기할수 있습니다.<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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