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이 병으로 의사무능력인 상태에서 부인이 혼인신고를 했어도 이는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손왕석 부장판사)는 남편 A씨의 동생과 조카들이 “부인 B씨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며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예컨대 부부 중 한 쪽이 장기간 연락 두절돼 혼인의사를 유지ㆍ철회하기 어렵더라도 사실혼관계라는 이유로 혼인의사를 추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이는 당사자 한 쪽이 의사무능력상태에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씨가 의사무능력상태에 빠지기 전에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는 원고의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모 대학의 이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 A씨는 현재 이 대학 교수로 있는 B씨와 지난 2003년 결혼했다. 그러던 중 A씨는 갑자기 급성 뇌경색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의 치료로 호전되는 것 같던 A씨의 병세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대신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담당 의사는 A씨가 중증 치매라는 진단을 내렸다.
B씨는 A씨가 입원 중이던 2008년 혼인신고를 하자 A씨의 가족들은 “A씨는 자신의 재산에 대한 B씨의 상속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신고의 의사가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A씨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