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집값 9억 이하·1주택자' 묶여 가입 못하는 실수요자 수두룩

문턱 높은 주택연금 제도<br>"주택가격보다 월지급액에 한도를"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 1채를 갖고 있는 K씨(70)는 최근 주택연금에 가입하려고 주택금융공사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아파트 가격이 9억5,000만원으로 주택연금 가입자격(9억원 이하)에 맞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것이다. K씨는 "지금 살고 있는 곳 주변에 친구들이 있고 손주들이 놀러 오기도 좋아 다른 데로 이사하고 싶지는 않다"며 "갖고 있는 집이 비싸다고 월 소득이 없는 데도 가입이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주택연금의 실수요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행 관련 규제의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연금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규제로 자격요건이 안돼 실수요자 조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12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격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소유자, 부부 기준 1주택자로 한정돼 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실수요자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공사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보유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 주택연금 가입을 불허하고 있다. 또 부부 기준으로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도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설립된 공사의 취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내거나 집이 2채 이상인 국민은 '부자'로 분류돼 가입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의 장기화로 주택거래가 원활하지 않자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에 따라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후안정책으로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억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나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의 가입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상담을 해 보면 실수요가 확실한 데도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행 주택연금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택가격 등의 기준을 없애는 대신 월 지급액에 한도를 두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도 고정소득이 없으면 생활비가 부족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07년 주택연금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벤치마킹한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이나 보유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신 월 지급액에 상한선을 설정해 지급하고 있다. 집을 가진 모든 사람을 주택연금 가입 대상으로 정해 불평등을 없애면서도 연금 상한선을 제한해 안정적인 운용에다 서민지원 명분도 충족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주택연금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는 만큼 실수요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들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규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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