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월드건설을 위한 변명

지난 3년간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오던 월드건설이 지난 8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마저 휘청거리는 상황인 만큼 중견건설사의 추락은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월드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채권단 측의 반응은 분명했다. 지난 3년간 신규 수주 및 사업이 전무했을 정도로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부족했기에 법정관리신청 결정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 측에서는 "대체 어떤 노력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월드건설은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450여명에 달하던 직원이 현재 15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급여도 기존보다 30~40% 정도 삭감된 상태다. 우량 자산도 대거 매각됐다. 월드건설은 사이판 리조트를 비롯해 강남 9호선 역세권에 위치한 알짜 사옥, 신규 사업을 위한 택지 등 팔 수 있는 자산에 대해서는 모두 차례차례 팔아 치웠다. 하지만 사업을 위한 자금마련은 쉽지 않았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4,700억원의 자산 매각 대금이 고스란히 채무 변제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됐다"며 "100원어치를 팔면 최소 15~20원은 기업에 돌려줘야 사업도 하고 투자도 할 것 아니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신규 사업을 위해 지원을 요청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대부분 거절당했다. 채권단은 공공공사나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수주하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형사들도 제살 깎는 경쟁을 일삼는 시장 상황에서 변변한 실적도 없는 회사가 채권단의 자금 지원 없이 신규 수주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물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현 상황에서 신규 사업 지원을 거절한 채권단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워크아웃은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목적인 기업개선작업이다. 기업의 해산 과정에서 주주 및 채권단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산 절차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접근했어야 했다. 월드건설은 결국 가장 자신 있는 주택 분야에서 재기의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한 채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71위였던 월드건설의 추락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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