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윌리엄왕자 '세기의 결혼식' 英경제 得일까 失일까?

"관광·유통 활기 되찾을것" VS "분기 성장률 0.25%P 깎일수도"


오는 29일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 성당에서 열리는 윌리엄 왕자와 약혼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은 물론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에서도 각종 결혼 기념품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위에서부터 결혼 기념품으로 출시된 주화, 라이터, 쿠키세트, 머그컵.


21세기 최고의 결혼식으로 꼽히는 영국 윌리엄 왕자와 약혼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 전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식(4월29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의 주요 관광지에는 머그컵에서 홍차 티백ㆍ쿠키ㆍ인형ㆍ시계ㆍ식탁보ㆍ콘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혼 기념품들이 잡화 가게 전면에 배치됐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는 결혼식과 관련된 앱이 이미 12개 이상 등장했다. 영국민의 60%가 윌리엄 왕자가 아버지인 찰스 황태자를 제치고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의 존재감이 결혼식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약혼녀인 미들턴이 귀족 가문이 아닌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도 화제의 대상이다. 영국왕실이 평민 며느리를 맞기는 350년만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혼식의 낭만과 부대 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금융시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결혼식의 경제적 가치를 따지기 위해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결혼식이 영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인지, 해가 될 것인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양분돼 있다. 한편에서는 저성장ㆍ고물가라는 이중 고통을 겪고 있는 영국 경제가 왕실 결혼식을 계기로 관광ㆍ항공ㆍ유통업 등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는 오는 29일이 임시 공휴일로 정해지면서 산업 활동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인상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ㆍ항공ㆍ유통에 활기 불어넣을 것"=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영국 경제에 이득이 되는 왕실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런던 소재 마케팅 회사인 버딕트리서치의 자료를 인용, 결혼식 당일에만 10억 달러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버딕트리서치는 "뿐만 아니라 결혼식으로 인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향후 장시간 동안 영국 왕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에 따르면 런던관광청은 결혼식을 보기 위해 대략 60만 명 정도의 내외국인이 런던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81년 찰스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 결혼 당시와 맞먹는 수의 관람객이 웨스터민스터성당 주변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가의 결혼 기념품들도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고 있다. 컵 가격이 180달러, 시계 가격이 1만9,000달러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결혼식 관련 상품의 인기는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 등 과거 영연방 국가였거나 현재까지도 영연방에 소속된 국가에서 높다. 심지어 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지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결혼 기념 상품의 40%가 해외로 판매됐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결혼식을 계기로 영연방 국가간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야후컨트리뷰터네트워크 역시 결혼식이 영국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컨트리뷰터네트워크는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해 영국을 찾은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결혼식으로 인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결혼식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는 하나 결국 그 돈은 영국 안에 풀리게 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심리적인 면에서도 국민들에게 희망의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휴일 지정으로 산업생산 손실 발생 불가피"=하지만 왕실 결혼식이 관광ㆍ유통 등의 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휘청거리는 영국 경제에 더 큰 멍에를 지울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선 결혼식 비용 문제다. 찰스 황태자와 미들턴 가문의 부유한 관계자가 결혼식 비용을 대긴 하겠지만 보안, 외교사절 접대 등 추가적인 비용은 영국 정부, 즉 국민들의 세금으로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왕실 반대론자들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결혼식 관련 비용을 단 한 푼도 꺼내 쓸 수 없게 하겠다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좀더 광범위한 시각에서 결혼식이 산업생산 활동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석도 있다. 텔레그라프는 금융업체 인베스텍의 분석을 인용, "영국인들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결혼식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결혼식으로 인해 2ㆍ4분기 경제 성장률이 0.25%포인트 정도 깎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휴일은 단 하루이지만 결혼식 전후 상당히 오랫동안 논다는 이유에서다. 인베스텍은 지난 2002년 6월 열렸던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금혼식의 경제적 파급력을 토대로 이 같이 추산했다. 2002년 당시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0.8%였고 3ㆍ4분기는 0.7%였다. 하지만 2ㆍ4분기 성장률은 0.4% 밖에 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혼식이 열렸던 6월 제조 및 서비스 생산활동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많은 개인기업들이 금혼식 당일 뿐만 아니라 전후 며칠 동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필립 쇼 인베스텍 이코노미스트는 "관광객 유입 등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금혼식 때와 같은 비슷한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 기본적으로 결혼식 당일 산업생산활동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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