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지 증세' 필요한데…입 다문 與

부가세 인상 등 고심속 "선거 어려워진다" 논의조차 못해

"입이 있으나 말할 수 없다." 복지가 화두인 최근 정치권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속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는 반대하지만 그 못지 않은 '70% 복지'를 주장하는 만큼 재원 마련이 숙제다. 문제는 복지를 말하려면 증세를 건드려야 한다고 인식하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당은 복지 재원을 위해 담뱃값이나 재산세를 늘리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등 증세를 고민하고 있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심 의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기본적으로는 복지 비효율을 줄이는 게 먼저고 그렇게 해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담뱃값을 인상해 마련할 수 있다"면서 "서민의 기호품이라는 반대의견이 있지만 담배는 기본적으로 몸에 해로운 것이고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지나치게 낮은 만큼 올릴 명분이 있다"고 밝혔다. 3선의 심 의장은 초ㆍ재선 기간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일했고 담뱃값 인상을 주장하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까운 사이다. 한나라당의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에서 복지재정금융 분야를 맡은 나성린 의원도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담뱃세ㆍ주세 등의 인상은 1순위 대안"이라고 밝혔다. 평소 감세론자로 알려진 나 의원은 "세율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을 통한 세수 증가를 꾀하는 게 먼저지만 그 외 부족한 재원은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재산세 과세 표준을 현실화(인상)해서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밖에 전국민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동시에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증세해 중산층 이하의 반대 여론을 줄이자는 방안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선거를 앞둔 현실론에 부딪쳐 공식 논의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인사는 "물가 인상으로 가뜩이나 민심이 안 좋은데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나서면 선거가 어려워 진다"면서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다 보니 당은 민주당의 무상 복지가 세금 복지라고 공격하면서도 대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 심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정동영 최고위원)이 여는 토론회 제목이 '복지는 세금이다'인데 딱 맞는 말이다"고 꼬집으면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큼만 하려 해도 1인당 12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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