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공연의 주인공은 바로 관객


공연의 주인공이 관객이라고 한다면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일까. 공연장 운영팀장으로 늘 무사히 공연이 끝나기를 무대 위의 배우만큼이나 초조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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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공연의 꽃은 배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객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것도, 관객들에게 갈채를 받는 것도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공연장에서 근무하며 비로소 공연의 주인공이 관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있었다. 연극계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베테랑 중년 배우가 출연하는 인생의 기념비적인 연극이 있었다. 공연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순간 무대 바로 앞에 앉은 한 관객의 휴대폰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에 한참 몰입했던 배우는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몰입도가 깨져서였을까. 원래 총 2시간이던 연극은 1시간40분 만에 끝나버렸다. 애드리브로 연극은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마무리됐지만 배우는 커튼콜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날 이후 필자는 관객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관객은 돈 주고 티켓을 사 극장에 온다. 이들은 공연을 아주 즐겁고 편안하게 관람할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의무와 책임도 지니게 된다. 배우의 역량을 박수로 최대한 고취하고 공연의 분위기와 완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한다. 오로지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연습해온 출연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시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관객은 단순히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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