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통시장 살리는 법

한때 국내 7대 전통시장의 하나로 전국 쌀 시세를 주도했던 유명 전통시장을 지난 여름 방문한 적 있다. 주차장, 아케이드형 지붕, 진열방식의 변화 등 각종 자구책이 눈에 띄었지만 시장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수십년 일과'로 문은 연다는 상인 상당수는 식당 등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중간상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시장과 100m 이상 떨어져 있는 사실은 재래시장이 처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지난달 일부 지방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 규제가 서울에서도 8일 강서구를 시작으로 재개돼 다가오는 일요일(14일)부터 의무휴무 제도도 부활한다.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구 별로 조례를 개정해 현행법상의 규제를 다시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 규제로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대다수 SSM이 영업 규제에서 벗어나게 될 공산이 크다. 현행법상 농수산물 유통 비중이 51%가 넘을 경우 규제 예외 대상인데 농수산물 비중이 50%를 넘는 SSM 대다수가 이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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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상권'으로 분류돼 현행법상 규제 예외인 편의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실제 SSM의 출점이 제한되면서 일부 편의점들이 신선식품을 갖춰 슈퍼마켓급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욱이 신규 편의점의 30% 이상은 생계형 슈퍼마켓이 전환한 것이다. 결국 극도로 복잡해진 유통 현실을 외면한 '이분법'적 규제는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셈이다.

복합쇼핑몰처럼 '즐길거리'를 포함하는 쇼핑시설이 각광받는 시점임을 감안할 때 전통시장의 부활 가능성은 아직 살아 있다. 또한 공설시장의 마트형 전환 지원이나 입점 중소상공인을 위한 수수료 인하, 각종 비용전가 금지 등 보다 실질적인 대책도 따로 있다.

무 자르듯 둘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흑백논리로 귀결돼 우리 사회의 성숙을 막아온 주범 중 하나다. 진정으로 전통시장의 부활을 원한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중소상인을 껴안는 의지가 필요하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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