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위가 올 하반기에 500m 이내 같은 편의점 브랜드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의 거래기준을 내놓겠다고 하자 편의점업계는 이보다 수위(?)가 낮은 기준안을 제시하며 물밑 조정에 들어간 것.
편의점 업체인 GS25는 기존 점포와 거리가 150m 이내인 지역에는 가맹점의 동의 없이 신규 출점을 자제하는 등 규정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불가피하게 150m 이내에서 신규 점포를 열게 되면 기존 경영주에게 복수 점포 운영에 대한 권리를 우선적으로 주기로 했다.
이번 규정으로 GS25는 전년 대비 신규 점포수가 최소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300여개의 신규점을 열었는데 올해는 150m 거리 제한을 적용하면 260~300개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복수점 운영을 원하지 않는 점포에 대해서는 신규 점포 오픈으로 인한 수익 하락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또 가맹점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맹경영주 간담회'를 일부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말 보광훼미리마트는 신규 점포 출점 시 기존점 동선거리 기준 50m 이내 출점을 금지하고 100m 이내에는 인근점포 점주에게 운영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출점 기준안을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점포간 거리 제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한 관계자는 "현재 50m 이내에는 신규 점포를 열지 않는데 150~200m 수준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체들이 신규 출점 거리 제한 강화 방안을 내놓는 것은 공정위가 기준안을 확정하기 전에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500m 이내로 거리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업계에서 스스로 먼저 기준안을 내놓으면 공정위도 참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994년부터 99년까지 업계가 가맹점 사업자 영업권 보호를 위해 8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정을 운영했는데 2000년에 공정위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고 시정명령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공정위가 거리 제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