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동반성장, 정부도 참여해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의 상생협력이 뒷걸음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 건설업자 상호협력평가'를 보면 우수업체로 선정된 건설사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수업체로 선정되면 1년간 입찰에서의 가점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온 것은 건설업계의 동반성장 노력이 퇴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장 규제자이자 최대 수요자 올해는 공공 공사의 물량 감소와 출혈경쟁에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아무래도 다른 건설사나 협력사를 챙길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의 기조에도 불구하고 당장 연명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는 건설업계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100대 건설사 가운데 약 30%가 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니 업계 탓만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절박하다. 정부는 경쟁 규칙을 정하는 규제자인 동시에 건설산업의 경우에는 가장 큰 수요자이기도 하다. 정부는 도로ㆍ항만ㆍ주택 등 공공 목적의 건설상품을 직접 발주하고 건설업계는 입찰을 통해 대가를 받고 이를 공급한다. 공공수요가 전체의 30∼40%를 차지하니 정부는 건설시장의 가장 중요한 참여자라고 할 수 있다. 타 산업과 달리 정부가 동반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해 정부는 예산절감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저가 투찰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것도 모자라 물량내역 수정입찰제가 새로 도입돼 물량 삭감까지 조장하고 있다. 입찰에서 결정된 가격이 실적공사비라는 제도를 통해 향후 공사 가격에 반영되다 보니 입찰가가 계속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적자 시공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와 무리한 공기 단축, 불법 체류자 투입, 산재 사고 증가 등의 각종 폐해가 나타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언감생심 동반성장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며 심지어 완공 후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더 들어 예산절감 목표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건설산업에 있어 상호협력적 기업문화 조성과 동반성장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 발주자가 프로젝트 참가자의 일원으로 사업의 성공을 위해 건설업체와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갈등과 업무의 중복과 불공정 거래관행 등에 대해 참가자 전원의 합의로 '파트너링 협정'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물가변동이나 설계변동의 처리 방법, 업체 제안에 따른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의 이익 공유 방법, 분쟁 발생시 해결 방안 등을 협약에 명시하고 있다. 진정한 동반성장을 원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검토해볼 만한 제도이다. 건설費등 제값 주는 원칙 필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다.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상품을 받는다'는 원칙이 확립돼야 서로를 배려하는 풍토가 정착될 수 있다. 건설산업의 가장 큰 수요자인 정부가 가격을 후려치기만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 참여자에게 상생을 요구한다면 이는 결코 떳떳한 일일 수 없다. 건설생산은 발주자와 원도급자ㆍ하도급자 등 다양한 공사 참여자가 상호협력해야 효율이 오른다. 동반성장은 예산절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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