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물가불안에다 커지는 경기하방 위험

앞으로의 경기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하반기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8월 제조업 업황 기업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무려 11포인트 떨어진 80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BSI도 올 들어 가장 낮은 96.3에 그치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하반기 경기둔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경기하방 위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치는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실제 대내외 여건을 보면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세계경제를 견인해온 중국도 물가불안 때문에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의 4.2%에서 3.9%로 낮추고 "미국과 유럽이 앞으로 6~12개월 안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이처럼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들어 수출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상반기까지 잘 나가던 대기업들조차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억제 차원에서 시중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편성의 최우선 순위를 균형재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로서는 정책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일단 물가를 잡기 위해 성장은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경기침체를 수수방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실물경제가 무너지면 물가와 성장 모두 놓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그때그때 최선의 정책을 구사하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기업들도 경기후퇴 가능성에 대비해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 등 경쟁력 강화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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