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후지오 도요타 자동차 회장은 “사상 최대 흑자에도 노조가 임금동결에 응한 것은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지난 2001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2005년까지 노조가 자진해 임금동결에 동참해왔던 증폭된 궁금증이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것이다.
조 회장은 2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100회 CEO포럼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미래’로 강연을 한 뒤 한 참석자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임금을 동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전자부품 등을 중심으로 많은 협력공장이 중국으로 이전했는데 이는 일본과 중국의 임금 격차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이로 인해 노조도 일본 내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에 ‘당신들의 임금이 너무 높고 계속 이러면 산업공동화가 일어난다’고 설득을 했더니 이해를 했다”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지만 다른 근로자들을 고려해 노조가 임금동결에 합의해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조 회장은 이어 최고의 경영효율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도요타가 노사화합의 대명사가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1950년대 겪은 도산위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1950년 도요타가 도산 직전까지 갔다 나고야 은행단의 협조융자로 회생했는데 조건이 2,000명을 감원하는 것이었다”며 “그 당시 뼈저린 아픔을 겪으며 ‘안에서 싸워봐야 소용없다’는 공감대를 노사 모두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도산위기에 직면해 수천명 직원과 회장까지도 물러났는데 그때 서러움을 살아남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며 ‘도요타 노사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결속력을 다지게 했다”고 강조했다. 여느 일본 경영인 못지않은 겸손함을 지닌 그지만 ‘도요타의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비슷한 다른 일본기업들보다도 더 좋다”고 자랑했다.
한국차에 대해서는 “지금도 위협적이지만 앞으로 더 위협적일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현대차 등 한국 메이커를 주목하고 배우면서 분발하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해외 여러 시장에서 도요타가 한국차에 당했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차가 성장한 것을 보면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