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에서 한국의 전투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프로젝트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원유 중동 의존도는 81%로 더 높아졌다. 하루 석유소비량 230만배럴 중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양은 고작 1,000배럴에 불과하다. 수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화려한 수사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로 지난해 거둬들인 세금은 24조원. 이중 석유확보 및 개발에 사용된 자금은 10%인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가운데 3,400억원은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이 현실이다. 살림규모는 쥐꼬리만한데 100억~200억원(1회 석유개발비용)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석유개발에 나서고 있으니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기 힘든 구조다. 최근에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밀려 자원확보라는 국가 어젠다마저 상실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고 있다. ◇에특회계, 97년 수준에서 정체=석유개발 기금인 에너지특별회계를 보면 가난한 사람에게 명품을 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연도별 에특회계 예산을 보면 지난 97년 2조1,140억원에서 올해 2조8,000억원을 보이고 있다. 9년 동안 33.3% 증가한 7,000억원가량밖에 예산이 늘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과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들이 세금을 덜 내서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1인당 세금 부담액은 99년 202만원에서 2006년 350만원(추정)으로 7년 새 무려 73.2% 증가했다. 국민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에특회계는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지난해 석유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은 ▦내국세 22조9,000억원 ▦수입판매부과금 1조2,000억원 ▦관세 2,000억원 등 총 24조3,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가운데 특별회계인 에특회계로 편입되는 세목이 판매부과금(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른 세금은 일반회계로 들어가 사용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에특회계는 ‘판매부과금+α’가 고작이다. 이런 가운데 에특회계 예산 중 3,000억~4,000억원은 장애인 LPG 보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전개발 지원을 확대해도 쥐꼬리만한 돈봉투에서 나가는 자금은 뻔할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가 유전개발 전담팀을 만들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재원 없으면 무용지물, 교통세 효율적 방안 찾아야=열악한 재정 대안으로 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유전펀드.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산자부는 올해 해외자원개발법을 개정, 유전펀드 탄생에 필요한 제도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가지 고려할 것은 유전펀드 성공의 조건 역시 정부 지원(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개발의 경우 워낙 위험부담이 커 상당 부분 정부가 보증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 재정을 고려해볼 때 에특회계 확충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말로 종료되는 교통세를 활용하자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교통세는 10조원가량. 이중 일부라도 자원개발 용도로 전환하면 적잖은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것 역시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자원개발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환경부는 환경개선에, 재정경제부는 저출산 예산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 재정상황에서 교통세는 에특회계 규모를 늘릴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효율적 활용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에 맞물려 석유확보가 시들해지고 있다”며 “자원확보는 저출산ㆍ고령화 못지않은 절체절명의 국가적 어젠다”라고 덧붙였다. ‘돈이 있어야지 뭐라도 하지요.” 석유에서 한 우물을 판 전문가가 시리즈 마지막 회에 던진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