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 시위 격화-중국 "강경대응"] 톈안먼 사태 후 최대 민주화 시위로 번지나

행정장관 선거 중국 개입에 강력항의<br>시위대 수천명 정부청사 등 점령… 최루액 맞서 우산 펼쳐 '우산혁명'<br>1일 '오큐파이 센트럴 시위' 예고… 중국 "홍콩은 중국의 홍콩" 긴장감


오는 2017년 치러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대한 중국의 간섭에 항의하는 홍콩의 '오큐파이 센트럴(Occupy Central)'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시위확산의 배경에는 17년 전 홍콩 할양 당시 약속했던 '1국가 2시스템' 약속 파기 우려뿐 아니라 홍콩 청년들의 경제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천명의 시위대가 전날 밤을 도심에서 지새운 뒤 이날도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섬 서부지역과 몽콕거리 등 주요 지역 점거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7개 은행의 29개 지점이 일시휴업에 들어가고 일부 초중고등학교도 휴교했다. 시위대 점거지역을 지나는 버스 200편이 운행을 중단했으며 지하철역도 일부 폐쇄됐다.


홍콩 당국은 무장한 시위진압 경찰들을 이날 시위현장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지난주 말 최루탄을 쏘며 강경진압에 나서자 오히려 이에 반발해 시위 가담자들이 늘어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약 30명이 부상하고 78명이 연행됐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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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는 2017년 중국 주도의 홍콩 행정장관 선거방식에 불만을 품은 홍콩 학생들을 주축으로 벌어지고 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할양할 당시 중국은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시스템'을 내걸고 특권과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며 홍콩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홍콩 행정을 총괄하는 최고위직인 행정장관의 경우 2017년부터는 직선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까지는 친중국정부 성향의 위원회가 행정장관을 임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중국정부는 "홍콩의 자율권은 중앙정부의 승인하에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백서를 발간해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지난달에는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의 경우 친중국 성향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출마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안을 마련하면서 시위에 불을 댕겼다.

이 같은 정치적 자유 축소 우려뿐 아니라 경제양극화에 대한 홍콩 청년층의 불만이 이번 시위의 뇌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홍콩 시위가 그동안 축적돼온 세대 간 양극화와 갈등을 노출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할양 이후 기성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중국 본토와의 사업기회 확대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었지만 청년층은 집값 상승과 중국 본토로의 일자리 이전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홍콩 사람들은 중국 본토인보다 더 많은 부과 자유를 누리는 데 대한 자부심이 컸는데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가 강화되면 이 같은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주 홍콩대 조사에 따르면 24세 이하의 경우 47%가 시위에 찬성하는 반면 40~60세는 20.9%만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또 중국 정부의 선거안에도 청년층은 75.8%가 반대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45.3%만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홍콩 거주자 윌리 풍(66)씨는 "홍콩 사람들은 정치보다 돈을 믿어왔다"며 "정치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경제적 고려를 우선시하며 성장해온 홍콩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WSJ에 말했다.

한편 시위격화로 홍콩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항셍지수는 이날 오전 전일 대비 522.21포인트(2.21%) 급락한 2만3,156.20을 기록했으며 미국달러당 홍콩달러 가치는 3월21일 이후 가장 낮은 7.7628홍콩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대만 자취엔지수는 29.06(0.32%) 하락한 8,960.76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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