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방송광고 정책의 낙후

유삼렬 케이블TV방송協 회장

케이블TV가 어느덧 출범 10년 문턱의 고비를 넘어가며 1,200만가구를 확보하는 위용을 세웠다. 또 시청률에 있어서도 지상파TV의 감소에 비해 케이블TV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뉴미디어 주요 매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전개되는 방송시장에 맞서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 향후 10년에 대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케이블TV업계가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나가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광고시장에 대한 문제다. 케이블TV가 증가하는 시청률과 시장점유율에 상응하는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시청점유율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의 비율은 7대3이지만 광고비에서는 9대1로 나타나 점유율에 대한 약진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데이터 자료는 국내 방송광고시장의 지상파TV 독점을 대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상파TV의 광고 독점이 다음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케이블TV 방송광고 정책의 부재다. 지상파 방송광고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원론적으로 통제를 위한 것이었으나 결론적으로 지상파 방송을 육성, 지원해준 결과를 낳았다. 즉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제도를 통해 지상파 방송은 안정적인 광고매출을 유지해왔다. 광고심의제도 또한 매체별 차별화가 필수적임에도 정부는 지상파 중심의 정책에 케이블TV를 포함시킴으로써 케이블TV 광고위축의 원인을 만들고 있다. 엄연히 지상파와 케이블의 타깃층은 다르다. 케이블TV 방송은 시청자가 유료로 선택하는 방송이며 채널별 시청자의 성격이 분명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잣대의 심의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다. 둘째, KOBACO 독점으로 인한 광고비 편중현상의 심화다. 방송광고시장은 매년 경기의 영향을 받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이 매년 방송광고시장의 90%까지 독점하고 있다. KOBACO의 영업대행은 방송사의 경영이나 프로그램 질에 상관없이 일정 이상의 수입을 보장해준다. 특히 경쟁력 없는 매체들은 KOBACO의 그늘 아래서 강제로 끼워팔기, 광고강매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매체력이 약한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경영수익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케이블TV 광고는 자체적인 영업에 많은 한계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TV 광고로 유입돼야 할 상당 부분의 광고예산마저 지역방송ㆍ라디오 등의 매체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케이블TV 방송광고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열악한 영업구조와 정책 당국의 관심 밖 대상이 돼왔다. 결국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년 1%씩의 아주 미약한 발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책 당국은 지금이라도 케이블TV 방송광고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KOBACO에 케이블TV 방송광고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다든지, 케이블TV 미디어랩의 법제화를 통한 KOBACO와 유사한 전담 광고기구의 법제화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밖에 광고심의기준의 차별화를 통한 케이블TV 방송광고 영역 확대와 같은 현실적인 대책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미 광고주들에게 주요한 광고매체로서 인정받고 있는 케이블TV가 제도적 모순으로 더 이상 차별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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